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으로 카드 결제를 하면 카드 내역에 매장 이름이 아닌 'KG이니시스' 'KCP' 같은 결제대행(PG)사 이름이 뜨는 경우가 많았다. 개별 매장을 대신해 카드사와 가맹 계약을 맺고 결제를 처리해주는 '대표 가맹점' 역할을 하는 회사들이다. 2년 전 카드 내역에 실제 결제한 매장명이 표시되도록 제도 개선이 권고되면서 PG사의 이름은 명세서에서 사라졌지만, 소비자에겐 보이지 않는 뒤편에선 여전히 대부분의 비대면 결제가 대표 가맹점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페이·배민페이 등 각종 페이 업체들도 PG 서비스를 한다.

중개자가 늘어나면 비용이 생긴다. 카드사와 매장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대신 PG사는 매장에 결제 수수료를 부과한다. 상위 9개 페이 업체의 카드 결제 평균 수수료율은 1.1~2.4% 수준이다. 소비자는 매장 업종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제휴 카드 할인 혜택을 못 받는 일이 생겼다.

핀테크 기업 페이민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청구결제 서비스 '결제선생'은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결제선생은 자체 개발한 '비대면 직접승인' 기술로 매장이 대표 가맹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PG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소비자도 업종별 카드 할인, 무이자 할부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 페이민트 제공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 페이민트 제공
5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만난 김영환 페이민트 대표(사진)는 "매장과 소비자 모두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긁을 때와 혜택·구조 면에서 똑같은 결제 경험을 누릴 수 있다"며 "20년도 넘은 '대표 가맹점' 중심의 비대면 결제 인프라를 혁신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8월 출시된 결제선생은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누적 거래액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기준 결제선생을 이용하는 매장은 3만3022곳에 이른다. 학원, 병·의원, 호텔, 항공, 골프장 등 오프라인 기반이 탄탄하면서 비대면 수납이 필요한 업종에서 특히 인기다.

수납 절차는 간단하다. 매장에서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청구알림을 보내면 고객은 메시지를 열어 평소 쓰는 카드사의 앱카드나 은행 앱 등으로 결제하면 끝난다. 별도 앱 설치나 회원 가입이 필요 없다.

김 대표는 "높은 편의성 덕분에 결제 포기율이 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복잡한 결제 절차 때문에 비대면 결제를 포기하는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17%(스태티스타)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수료 부담은 대폭 줄였다. 결제선생은 별도 결제 수수료나 가입비를 받지 않는다. 약정 기간도 없다. 매장은 카드사에 내는 카드 수수료와 건당 50원 수준의 메시지 발송 비용만 부담한다. 결제선생 이용 매장의 비대면 직접승인 결제 수수료(카드 수수료)는 평균 0.8%로, 최고 2.4%인 페이업체 수수료의 3분의 1이다.

6자리 PIN 결제 개발 주역
"결제 시장 혁신, 지지 않을 자신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에 여섯 자리 비밀번호를 누르면 결제가 끝나는 기술 표준을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의 주역이다. 카카오페이 시럽페이 등이 페이민트의 기술을 채용했다. 식당에서 테이블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촬영하면 스마트폰으로 메뉴판을 확인하고 주문과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스마트오더'도 페이민트가 개발했다.

김 대표는 다음 도전 과제로 카드 납부율이 극단적으로 낮은 보험료 결제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카드로 보험료를 받으면 수수료로 2.3%를 카드사에 줘야 하는 보험사들은 카드 결제 받기를 꺼린다. 지난해 2분기 생명보험사들의 전체 수입보험료 중 카드로 결제된 금액은 5.2%에 그쳤다. 김 대표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카드 결제율 제고가 필요하다"며 "규제 개선을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면 카드 결제 수수료 3분의1로” 결제시장 흔드는 페이민트
2014년 창업한 페이민트는 튼튼한 흑자 재무 구조를 갖췄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투자 빙하기'가 장기화하며 스타트업의 제일 덕목으로 떠오른 수익성 유지에 성공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프리C 라운드 투자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형 금융사, 빅테크부터 몸집이 작은 부가통신사업자(VAN)까지 수많은 경쟁자와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킨 결제 시장에서 "이길 자신보단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긴다는 건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지만, 지지 않는다는 건 상대와 어떻게 공존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모든 참여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거래를 증진하고 싶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