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화재로 정신·발달 장애인 900명 대피…"많이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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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대전 서구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에서 만난 40대 지적장애인 A 씨는 "춥고 무서웠다.
집(요양원)에 가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성종합복지관에는 전날 오후 발생한 산불로 대피한 지적·발달 장애인 900명 중 이 복지관으로 대피한 701명이 소속 요양원으로 귀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회관이나 친척 집 등에서 지내고 있고, 정신·발달 장애인들은 대부분 복지관에 수용돼 있다.
이들은 복지관 프로그램실, 체육관 등에 나뉘어 매트 위에 앉아서 허공을 응시하거나 잠을 청하기도 하고 일부는 낯선 환경이 불안한지 계속해서 요양원 직원을 찾았다.
평소에는 4∼6명씩 나눠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수백 명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불안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있었으나, 요양병원 의료진과 전 직원들이 함께 입소자들을 관리해 별다른 응급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어젯밤 추위를 호소하는 한 입소자가 계속 소리를 질러 결국 복지관 밖 버스로 격리해 히터를 켜고, 진정시켜야 했다"며 "실내 온도와 식사 시간 등이 일정한 입소자들이 갑자기 생활환경이 급변하니 많이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대전 서구청 등은 화재 확산 위험이 없다는 소방·산림 당국의 발표에 따라 5개 대피소에 수용 중인 이재민들을 이날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귀원 시키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피 중 다치거나, 상태가 악화한 입소자는 없었고 지금 시설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낮 12시 19분께 대전 서구 산직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민가 1채와 암자 1곳이 소실됐다.
소방·산림 당국은 밤사이 열화상 드론으로 화선을 파악한 뒤 산불 재난 특수진화대 등 1천820명을 투입한 데 이어 이날 오전 6시 15분부터는 16대의 헬기를 순차적으로 투입 해 산불을 진화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