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중도우파·극우정당 1, 2위…불가리아서도 친러 극우당 선전
경제 악화·고물가 속 反이민·反기후대응 기치로 인기몰이
이탈리아·스웨덴 이어 핀란드도…유럽내 '우향우' 바람 가속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이 중도좌파 집권당을 제치고 극우 정당도 약진하면서 유럽의 '우향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극우 정당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물가가 급등하는 등 서민 경제가 악화한 가운데 반(反)이민과 친환경 정책 반대 등을 기치로 내걸어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핀란드 총선에서는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이 200개 의석 중 최다인 48석, 극우 핀란드인당은 46석을 각각 차지하게 됐다.

산나 마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은 43석 확보에 그쳤다.

핀란드인당은 이민 제한과 유럽연합(EU)에 대한 과도한 공여 반대, 탄소중립 정책의 완화, 반엘리트주의를 주장하는 등 전형적인 극우 정당의 행보를 보여 왔다.

마린 총리는 선거 기간 핀란드인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공격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반적으로 이번 핀란드 총선 결과는 최근 이탈리아와 스웨덴 선거처럼 오른쪽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핀란드의 이번 총선 결과는 이웃 나라 스웨덴에서 벌어진 상황과 비슷하다.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는 집권 중도좌파연합이 우파연합에 패배했고, 이후 우파연합의 중도당과 기독교사회당, 자유당과 연정을 출범했다.

백인 우월주의와 빈이민을 내걸어 극우로 분류되는 스웨덴민주당은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총선 득표율 20%를 넘겨 73석을 보유한 제2 정당으로서 총 103석의 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 치러진 불가리아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친서방 개혁 성향 정치 블록과 중도우파 블록의 접전을 벌이면서 명확한 승자가 나오지 않아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친러 성향의 극우 부흥당이 14.2%의 높은 득표율로 선전해 연정 구성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탈리아·스웨덴 이어 핀란드도…유럽내 '우향우' 바람 가속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의 극우 성향 총리'가 집권 중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승리를 이끌며 베니토 무솔리니의 집권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정부를 재탄생시켰다.

또 지난달 네덜란드 지방선거에서는 온실가스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기를 든 신생 우익 포퓰리즘 정당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압승을 거뒀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정통 보수정당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 정당이 된 마린 르펜의 극우당 국민연합(RN)이 건재하다.

국민연합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 개혁으로 강한 저항에 부딪힌 사이 지난달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집권 연합(22%)을 제치고 26%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유럽 정치 지형이 계속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난과 물가 급등 등으로 일반 유권자들의 불만과 위기감이 커진 것이 지목된다.

이탈리아·스웨덴 이어 핀란드도…유럽내 '우향우' 바람 가속
서민들은 당장의 생활고를 해소하기를 바라는데, 기성 정당이 인도주의나 민주주의적 가치, 기후 대응을 위한 각종 규제 등에 매여 있다는 비판이다.

현 상태에 분노한 국민들이 기성 정치권으로부터 진지한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극우 정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기존 가치를 고수하는 가운데 포퓰리즘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만큼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윤리공공정책센터(EPPC)의 헨리 올슨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말 워싱턴포스트(WP)에 쓴 칼럼에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나 네덜란드 정부 등이 타협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이런 비타협적인 태도가 유럽의 포퓰리즘 정서를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상에 분노한 사람들은 내부 개혁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을 때 당연히 극단 정당에 눈을 돌린다"며 "서방은 20세기를 정의한 사회민주주의 시대와 비슷한 포퓰리즘의 시대를 겪고 있으며, 적응에는 인내심을 넘어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