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주 음악가로 네 차례 무대…"음악은 유기체, 우리 삶과 같죠"
'통영국제음악제' 카바코스 "한국 젊은 연주자들 내게도 영감줘"
"최근 한국 클래식계가 배출한 젊은 연주자의 활약은 정말 놀라운 수준입니다.

이들과 같이 무대를 하는 건 저에게도 큰 영감을 주는 일이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음악가로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다.

지난 달 31일 저녁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개막 무대에 협연자로 오른 카바코스는 공연이 끝난 직후 대기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축제 참여는 오랜 기간 조율을 거친 끝에 드디어 성사된 일"이라며 "예술감독인 작곡가 진은숙과의 특별한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카바코스 "한국 젊은 연주자들 내게도 영감줘"
그리스 출신인 카바코스는 1985년 18살의 나이에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파가니니 콩쿠르, 나움버그 콩쿠르 등 국제 대회를 휩쓸었으며 그 뒤로 보여준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과 표현력, 연주적 기량은 그를 거장의 자리에 올려놨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그는 한국의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인 진은숙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카바코스는 "진 감독과는 오랫동안 음악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며 "통영국제음악당의 음향이 매우 훌륭하다는 사실도 익히 알고 있어 오랫동안 참여하고 싶었고, 드디어 오게 됐다"며 축제의 상주음악가가 된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에는 진은숙이 그를 위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정적의 파편'이 공개돼 둘의 인연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음악제 폐막 무대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이 곡을 연주하는 카바코스는 "음악적 색채와 분위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곡"이라며 "이러한 곡을 받은 건 음악가로서 큰 특권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영국제음악제' 카바코스 "한국 젊은 연주자들 내게도 영감줘"
오는 3일에는 이번 축제에서 주목받는 무대 중 하나로 꼽히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친구들'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한재민·박하양,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망주들과 호흡을 맞춘다.

이들과의 만남을 두고 카바코스는 "내게도 영감을 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함께 연주하는 네 명 모두 훌륭한 젊은 연주자라는 걸 알기에 흔쾌히 무대 제안을 수락했어요.

최근 한국 연주자들의 눈부신 활약은 음악을 향한 사랑이 만든 성과라고 생각해요.

이런 젊은 세대와의 협업은 언제나 즐겁고 영감을 주죠."
오랜 기간 꾸준한 기량을 유지해온 카바코스는 자신의 원동력과 영감의 원천을 묻자 특유의 학구적인 태도로 긴 답을 내놓았다.

"영감이란 건 정말 복합적인 존재입니다.

단순히 '음악이 영감을 준다'고 쉽게 말해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연주할수록 깨닫는 건 음악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음악이라는 것이에요.

음악 안에는 수많은 음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있고, 하나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다 바뀌죠. 정말 연약하고 깨지기 쉽지만 동시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살아 움직여요.

이는 우리 삶과 똑같습니다.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곧 삶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란 믿음이 제 연주의 원동력이자 영감입니다.

"
'통영국제음악제' 카바코스 "한국 젊은 연주자들 내게도 영감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