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눈치 보다…전기료 인상 결정 끝내 미룬 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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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요금 인상도 보류
정부와 여당이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연기했다. 국민의 반발이 우려되는 사안인 만큼 여론 수렴을 거쳐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민의힘은 3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방안을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와 인상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을 좀 더 수렴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1분기 요금체계(㎾h당 146원)가 그대로 유지된다. 2020년 12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분기별 요금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은 정부에 석탄 천연가스 등의 가격 하락을 전기요금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요금 인상에 앞서 국민 설득을 위해 한국전력의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당정이 전기요금 인상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전의 자금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5조3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을 미루면서 당분간 요금이 동결될 전망이다. 국민은 당장 요금 부담 가중을 피하게 됐지만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애초 시장에서는 이날 소폭 요금 인상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당정이 지난 29일 협의회를 열어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튿날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는 “전기·가스요금을 올리면 민심 저항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여서 요금 인상 요인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용 연료탄은 3월 들어 t당 170달러 선에서 등락 중이다. 지난해 12월 t당 400달러를 훌쩍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여당은 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이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부산시와의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전 같은 곳에서 자구책을 먼저 강구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없이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적자 심화에 따라 공사채 발행으로 연명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한전채 신규 발행액은 7조6100억원에 달했다. 가스공사는 2021년 1조8000억원 수준이던 미수금이 지난해 8조600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부채비율이 작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500%를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공공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아 지금의 상황에 부닥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지난 정부를 비판한 윤석열 정부가 전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현/고재연 기자 alpha@hankyung.com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민의힘은 31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 방안을 협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와 인상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을 좀 더 수렴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1분기 요금체계(㎾h당 146원)가 그대로 유지된다. 2020년 12월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분기별 요금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은 정부에 석탄 천연가스 등의 가격 하락을 전기요금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요금 인상에 앞서 국민 설득을 위해 한국전력의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당정이 전기요금 인상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전의 자금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5조3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을 미루면서 당분간 요금이 동결될 전망이다. 국민은 당장 요금 부담 가중을 피하게 됐지만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적자 늪'에 빠진 한전…재무구조 악화 불가피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향후 발표되는 2분기 요금안은 발표 전 사용분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발표 시점이나 조정안 적용 시점 이후 사용분에만 인상된 요금이 적용된다. 요금안 발표가 늦어질수록 국민은 요금 인상의 부담을 피하게 된다. 2분기 안에 인상 여부와 폭이 결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동결의 효과를 내게 된다. 당정은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한 만큼 2분기 요금안 발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애초 시장에서는 이날 소폭 요금 인상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당정이 지난 29일 협의회를 열어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튿날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는 “전기·가스요금을 올리면 민심 저항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여서 요금 인상 요인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용 연료탄은 3월 들어 t당 170달러 선에서 등락 중이다. 지난해 12월 t당 400달러를 훌쩍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여당은 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이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부산시와의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전 같은 곳에서 자구책을 먼저 강구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가스요금 인상 없이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적자 심화에 따라 공사채 발행으로 연명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한전채 신규 발행액은 7조6100억원에 달했다. 가스공사는 2021년 1조8000억원 수준이던 미수금이 지난해 8조600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부채비율이 작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500%를 넘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가 공공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아 지금의 상황에 부닥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지난 정부를 비판한 윤석열 정부가 전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현/고재연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