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이사 10명중 김용헌만 남아…박종욱 대표대행과 임시 이사진이 새판짜기 주도비상경영위, 새 체제 구축까지 5개월 예상…경영 불확실성 장기화 우려 시선도
KT 이사진 사실상 물갈이…새 경영진 인선 힘겨루기 예고
KT 사외이사 재선임에 도전한 후보 3인이 31일 주주총회 직전 동반 사퇴하면서 업계에서는 기존 KT 이사회의 사실상 와해라는 해석이 나온다.

KT 이사회 기존 멤버 중 사내·사외를 통틀어 김용헌 사외이사 단 한 명만 남은 채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KT 이사회 정족수는 '11명 이하'로, 지난해 차기 경영진 인선 작업에 착수할 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8명이 재임 중이었다.

이후 사외이사 8명 중 야권 정치인 출신인 이강철 이사가 사임한 것을 시작으로 사외이사 또는 사외이사 후보들의 사퇴가 잇따랐다.

KT 측은 이강철 전 이사의 후임을 '윤석열 후보캠프' 출신인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으로 메우려 했지만, 그가 내정 이틀 만에 전격 사의를 표하면서 공석이 됐다.

이어 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사퇴했고 주총을 사흘 앞두고 역시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유희열·김대유 이사가 사임했다.

이들의 결원을 채울 새 사외이사 후보 선임 안건은 이번 주총에는 상정되지 못했다.

이날 주총에서 재선임 여부를 물으려 했던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까지 모두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KT 사외이사는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만 남게 됐다.

사내이사 역시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구현모 전 대표는 임기 만료 전 사퇴했고 윤경림 대표이사 선임 안건도 윤 대표이사 후보 사퇴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윤 후보가 사퇴 전 추천했던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 역시 자동으로 폐기됐다.

다만, 주총 당일 사임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이사는 당분간 대행 자격으로 김 이사와 함께 4인 이사회를 꾸려 의사 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정족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하는 상법 규정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하지만 원래 정족수의 절반도 안 되는 4명으로 이사진이 구성됐고, 정식 이사는 김 이사 1명뿐인 상황에서 대행 격인 임시이사들의 결정권은 크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들의 급선무는 8인 중 공석이 7명에 달하는 사외이사 자리를 채우는 동시에 향후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하는 일이다.

임시 이사진은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뉴거버넌스 구축 TF'를 통해 신규 이사진 구성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뉴거버넌스 구축 TF에서 외부 전문가 등의 추천을 받아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한 뒤 임시주총을 열어 선출하는 계획으로 안다"고 전했다.

새로운 이사진이 임시주총에서 승인받으면 새 대표이사 후보와 사내이사 최대 2인을 선임하는 과정을 치르게 된다.

KT는 임시주총 2차례 개최까지 과정이 5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처럼 임시 경영 체제가 오래갈 경우 KT의 불안정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KT 사측이 이 기간을 길게 잡고 있다며 의구심을 보내는 시선도 있다.

한 관계자는 "임시주총을 2번 치른다고 해도 지나치게 긴 시간으로 본다"며 "박종욱 대표대행이 사내 장악력을 키우는 시간을 벌려는 것 아닌가 한다"고 했다.

구현모 전 대표 연임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통상 11∼12월께 진행되던 KT 임원 인사가 미뤄지고 있어 임원 임기가 한 달 단위로 연장되는 상황 속에서 임원 임명권을 가진 대표대행이 조직 장악력을 키우려는 시간 아니냐는 것이다.

디지코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 사업 등 큰 줄기의 사업 계획 진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데다 향후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내외부 잡음을 가라앉힐만한 성과를 낸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KT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접어든 KT 상황에 대해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꼭 성과를 낼 필요가 없는 주체가 좋은 실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올해 KT는 다소 보수적인 회계정책과 원론적인 배당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