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목표 32%서 상향 합의…러發 에너지 위기로 '화석연료 탈피' 속도
'원자력 수소' 온실가스 감축 역할 제한적 인정…프랑스·독일 기싸움에 절충안
EU,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42.5%로 늘린다…현재 2배 수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초유의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연합(EU)이 화석연료 탈피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낸다.

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유럽의회는 밤샘 3자 협상 끝에 30일(현지시간) 2030년 27개 회원국 전역의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 32%에서 42.5%로 상향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2021년 기준 EU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22%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거의 두 배가량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번 합의는 1990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55% 줄이고, 2050년 기후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를 위해선 재생에너지를 더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맞물린 결과물이기도 하다.

당초 집행위와 유럽의회는 의무 확대 비중을 45%로,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는 40%를 주장했으나 42.5%로 절충점을 찾았다.

다만 타협안을 통해 각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최대 45%까지 비중을 늘리도록 권고했다.

이날 3자 협상에서는 전체 목표치와 별개로 그간 재생에너지로의 '통합'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운송·산업·건물 냉난방·바이오에너지 등 세부 분야에 대한 재생에너지 확대 지침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다.

EU,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42.5%로 늘린다…현재 2배 수준
특히 이 중 운송·산업 분야에서는 '원자력 발전 수소'의 온실가스 감축 역할이 제한적으로나마 인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합의문에 따르면 2030년까지 각 회원국은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수소의 42%를 '비생물계 재생에너지 연료'(RFNBO)로 생산해야 하며, 2035년에는 그 비중을 60%로 의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신 화석연료 기반 수소 비중을 2030년까지 23%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달성한 회원국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의무 할당량을 20%까지 삭감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 비중이 높은 프랑스의 경우 '친환경도, 화석연료도 아닌'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 확대만으로도 화석연료 수소 감축 목표를 이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운송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 탄소집약도 14.5%로 감축 ▲ 재생에너지 비중 29%로 확대 등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만 충족하도록 회원국에 선택권을 줬다.

원자력 기반 수소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분류되므로, 탄소집약도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일부 분야에 국한한 예외 조처로 프랑스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전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훼손하지 않는 쪽으로 타협안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에 '저탄소 원자력 수소'의 역할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독일은 풍력·태양광 등 다른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이 밖에도 이번 합의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관련 신규 산업에 대한 신속한 허가 절차 도입 대책 등도 포함됐다고 EU는 전했다.

이날 타결된 합의안은 향후 유럽의회, EU 이사회에서 각각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