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대사·옐런·블링컨 이어 해리스도 阿순방…바이든도 연내 방문
阿학자 "아프리카 놓고 새 쟁탈전 진행…'상호 존중' 절실히 요구"
中·러 입김 막아라…美 고관대작 아프리카에 '구애 릴레이'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올해 들어 연달아 아프리카를 찾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 이어 미 행정부의 2인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26일(현지시간) 가나를 시작으로 탄자니아, 잠비아로 이어지는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연내 아프리카를 방문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미 고관대작들의 아프리카 '공 들이기'는 올해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미 정부는 공식 성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작년 12월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토대로 양측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리카 49개국 정상과 아프리카연합(AU)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8년 만에 재개된 당시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아프리카의 미래에 '올인(all in·다 걸기)'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中·러 입김 막아라…美 고관대작 아프리카에 '구애 릴레이'
이처럼 외교·안보, 경제를 책임지는 각료는 물론 행정부의 정점인 부통령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속속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가 최근 들어 세계열강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이 지역에서 날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 정부 최고위층이 총출동해 구애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영국 BBC 방송은 막대한 천연자원뿐 아니라 젊고, 성장하는 인구의 뒷받침을 받는 아프리카의 미래에 미국뿐 아닌 다른 다수의 강대국들도 눈독을 들이며 경쟁하고 있다고 26일 지적했다.

특히 최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혀온 중국의 경우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해 독재 국가들과도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러시아 역시 말리, 부르키나 파소처럼 쿠데타를 겪은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세력을 부쩍 키우고 있다.

러시아의 약진 속에 역으로 이들 국가를 과거 식민지로 거느렸던 프랑스 등 서방의 아프리카에서의 입지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 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한 유엔 총회 투표에서는 기권표의 절반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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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에티오피아, 니제르를 방문한 블링컨 국무장관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가 이 지역에서 폭력과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안보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면,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경제 문제에 방점을 찍을 예정이라고 BBC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에 찾는 가나와 잠비아는 앙골라와 더불어 중국에 큰 빚을 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50%가 넘는 높은 물가상승률에 신음하고 있는 가나, 풍부한 구리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 아프리카 국가 중 최초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잠비아는 중국과의 채무를 재조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해리스 부통령이 "가나와 잠비아가 직면한 채무 문제를 국제사회가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작년 말 '미·아프리카 리더 서밋'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과도한 채무 상환 부담으로 자국 내 투자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부채 함정 외교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열강의 쏟아지는 관심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싫지 않은 표정이지만, 다른 편으로는 타국과의 관계를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는 경계심도 내비치고 있다고 BBC는 짚었다.

잠비아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시슈와 시슈와 박사는 "한 국가가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에 지원을 의존한다고 해서 이것이 다른 진영이나 다른 나라를 냉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아프리카 국가들과 독점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은 역효과가 나고, 지속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작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가 누구와 어울릴지에 대해 지시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해 비슷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가나대학교의 경제학자인 고드프레드 알루파르 보크핀 교수는 아프리카에 대한 강대국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고 BBC에 밝혔다.

보크핀 교수는 아프리카를 둘러싼 19세기 유럽 열강의 세력 다툼을 지칭하며 "아프리카를 향한 새로운 '쟁탈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호 존중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