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유 모를 순식간의 주가상승…주문자는 시타델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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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시장 질서 교란 100억원대 과징금 의사록 공개
개인투자자 "매매 지켜보며 사기 도박판이라 생각" 진술 2018년 3월 20일 오전 10시 11분 코스닥 상장업체인 자동차 부품제조사 A사 주가가 4천310원에서 1분 후 4천380원으로 갑자기 상승했다.
이날 낮 12시 2분에도 비슷한 형태의 순간 급등 현상이 되풀이됐다.
이날 장 마감까지 특별한 공시나 알려진 호재는 없었다.
A사 주식은 이날 4천380원으로 전장 대비 2.58% 상승 마감한 뒤 다음 날 약세로 돌아섰고, 3일 뒤에는 주가가 4천원 선 밑으로 하락했다.
◇ 재판 형식으로 진행한 시타델증권 제재심의
26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가 공개한 시타델증권 제재 관련 의사록에 따르면 해당일 A사 주식의 순간적인 급등은 '초단타 매매'로 유명한 시타델증권의 컴퓨터 알고리즘 매수 주문에 따른 매매 결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A사 주식은 지난해 4월 7일 열린 대심제 회의에서 한 증선위원이 시장질서 교란 의혹 사례로 처음 거론했다.
대심제는 조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회의에 출석해 재판 형식처럼 심의를 진행하는 제도다.
이 증선위원은 회의에서 A사 주가가 시타델에 의해 급등한 뒤 이틀 연속 급락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게 과연 공정가치가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타델 측은 "차트를 보면 저희가 거래를 끝내고 난 20분 이후에 시장이 굉장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 20분이 지난 뒤의 기간에 대해서는 그때까지도 저희가 거래한 것이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자신들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면 주가가 곧바로 되돌아갔을 텐데, 15분이 지나도록 새로운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면 이는 오히려 자신들이 전체 수요·공급을 정확히 반영한 균형가격을 발견했다는 방증이라는 게 시타델 측의 주장이었다.
◇ "일반투자자 혼란 초래" VS "균형가격 찾은 것"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증선위 대심제 회의에서 자신들의 매매로 주가가 균형가격을 찾아간 것이란 시타델 측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금감원은 "A사 주식에서 나타난 것처럼 짧은 시간 10호가 이상의 가격을 상승시키게 되면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대해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별한 호재도 없는 상황에서 이것이 일시적인 주가 급등인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지속적인 매수세 유입의 신호인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는 추격매수에 나설 수 있고 다른 일부는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매도에 나설 수 있는데, 매매 공방이 벌어지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횡보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 시장 균형가격을 발견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반면 시타델 측은 A사 거래 사례가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시타델 측은 "A사 거래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 전부"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수급을 오해했다거나 시타델이 매수를 중단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매수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것들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A사 매수패턴이 시장질서 교란의 증거라고 한다면 모든 기관투자자는 단순히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수해서 보유량이 누적되기만 하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고 책임을 져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이 조사 단초…알고리즘 매매 국내 첫 제재
세 차례 대심제 회의에서 "정상 거래였다"라고 한 시타델증권 측의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선위는 지난 1월 26일 정례회의에서 시타델증권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국내 주식 총 264개 종목(총 6천796개 매매구간)에서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한 점을 인정하고총 118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 과했다.
증선위원장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제재안을 의결하면서 "이번 조치는 시장가격을 왜곡하거나 투자자 오해를 유발할 위험이 큰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제재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시타델증권 제재 건은 2018년 4월 한 투자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메릴린치 창구를 통한 초단타 매매가 대규모로 이뤄져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청원을 올린 게 단초가 됐다.
한 개인투자자는 증선위 회의장에 출석해 "2018년 7월 5일 코스닥업체 B종목에서 딱히 호재도 없었는데 메릴린치 계좌를 통해 5% 가까이 주가를 올리고 팔아치우고 나가는 것을 봤다"며 "자본시장이 아니라 사기 도박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4월 첫 조사에 착수해 전문가 간담회를 포함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회의 7회, 증선위 회의를 5회 개최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관련 제재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심의 과정이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시타델의 명성이 높은 데다 알고리즘 매매 관련 국내 첫 제재 사례여서 당국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타델증권은 제재 조치 후 "거래 활동을 하는 지역의 모든 관련 법률, 규제 및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당사의 거래가 한국 법과 국제 규범을 모두 준수했다고 확신한다"고 밝히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법원으로부터 행정소송 제기 통보를 받은 바 없다"라고 했다.
/연합뉴스
개인투자자 "매매 지켜보며 사기 도박판이라 생각" 진술 2018년 3월 20일 오전 10시 11분 코스닥 상장업체인 자동차 부품제조사 A사 주가가 4천310원에서 1분 후 4천380원으로 갑자기 상승했다.
이날 낮 12시 2분에도 비슷한 형태의 순간 급등 현상이 되풀이됐다.
이날 장 마감까지 특별한 공시나 알려진 호재는 없었다.
A사 주식은 이날 4천380원으로 전장 대비 2.58% 상승 마감한 뒤 다음 날 약세로 돌아섰고, 3일 뒤에는 주가가 4천원 선 밑으로 하락했다.
◇ 재판 형식으로 진행한 시타델증권 제재심의
26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가 공개한 시타델증권 제재 관련 의사록에 따르면 해당일 A사 주식의 순간적인 급등은 '초단타 매매'로 유명한 시타델증권의 컴퓨터 알고리즘 매수 주문에 따른 매매 결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A사 주식은 지난해 4월 7일 열린 대심제 회의에서 한 증선위원이 시장질서 교란 의혹 사례로 처음 거론했다.
대심제는 조사 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에 회의에 출석해 재판 형식처럼 심의를 진행하는 제도다.
이 증선위원은 회의에서 A사 주가가 시타델에 의해 급등한 뒤 이틀 연속 급락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게 과연 공정가치가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타델 측은 "차트를 보면 저희가 거래를 끝내고 난 20분 이후에 시장이 굉장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 20분이 지난 뒤의 기간에 대해서는 그때까지도 저희가 거래한 것이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자신들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면 주가가 곧바로 되돌아갔을 텐데, 15분이 지나도록 새로운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면 이는 오히려 자신들이 전체 수요·공급을 정확히 반영한 균형가격을 발견했다는 방증이라는 게 시타델 측의 주장이었다.
◇ "일반투자자 혼란 초래" VS "균형가격 찾은 것"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14일 열린 증선위 대심제 회의에서 자신들의 매매로 주가가 균형가격을 찾아간 것이란 시타델 측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금감원은 "A사 주식에서 나타난 것처럼 짧은 시간 10호가 이상의 가격을 상승시키게 되면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에 대해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별한 호재도 없는 상황에서 이것이 일시적인 주가 급등인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지속적인 매수세 유입의 신호인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는 추격매수에 나설 수 있고 다른 일부는 단기 차익을 실현하는 매도에 나설 수 있는데, 매매 공방이 벌어지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횡보할 수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 시장 균형가격을 발견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반면 시타델 측은 A사 거래 사례가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시타델 측은 "A사 거래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 전부"라며 "시장 참여자들이 수급을 오해했다거나 시타델이 매수를 중단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매수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것들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A사 매수패턴이 시장질서 교란의 증거라고 한다면 모든 기관투자자는 단순히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수해서 보유량이 누적되기만 하면 시장질서를 교란했다고 책임을 져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이 조사 단초…알고리즘 매매 국내 첫 제재
세 차례 대심제 회의에서 "정상 거래였다"라고 한 시타델증권 측의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선위는 지난 1월 26일 정례회의에서 시타델증권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국내 주식 총 264개 종목(총 6천796개 매매구간)에서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한 점을 인정하고
증선위원장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제재안을 의결하면서 "이번 조치는 시장가격을 왜곡하거나 투자자 오해를 유발할 위험이 큰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히 제재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시타델증권 제재 건은 2018년 4월 한 투자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메릴린치 창구를 통한 초단타 매매가 대규모로 이뤄져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청원을 올린 게 단초가 됐다.
한 개인투자자는 증선위 회의장에 출석해 "2018년 7월 5일 코스닥업체 B종목에서 딱히 호재도 없었는데 메릴린치 계좌를 통해 5% 가까이 주가를 올리고 팔아치우고 나가는 것을 봤다"며 "자본시장이 아니라 사기 도박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4월 첫 조사에 착수해 전문가 간담회를 포함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회의 7회, 증선위 회의를 5회 개최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관련 제재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심의 과정이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시타델의 명성이 높은 데다 알고리즘 매매 관련 국내 첫 제재 사례여서 당국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타델증권은 제재 조치 후 "거래 활동을 하는 지역의 모든 관련 법률, 규제 및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당사의 거래가 한국 법과 국제 규범을 모두 준수했다고 확신한다"고 밝히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법원으로부터 행정소송 제기 통보를 받은 바 없다"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