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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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 후 은행주가 조정을 겪는 가운데, KB금융지주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자회사 KB손해보험의 호실적, 높은 주택담보대출 규모 덕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2월 23일~3월 23일)간 KB금융의 주가는 1.51% 하락했다. 다른 4대 금융지주와 비교해보면 주가가 상대적으로 방어되고 있다. 이 기간 우리금융지주는 8.3% 떨어졌으며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도 7% 가까이 내렸다. KRX 은행 지수는 5% 떨어졌다.

증권가에선 이러한 배경으로 KB금융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꼽았다.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성이 높아 실적이 견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당시에도 주택담보대출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KB금융은 주택담보대출에 강점이 있어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하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KB금융의 주택담보대출액은 92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9%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25조2929억원의 이자수익과 6조6937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개월 전 예상치보다 소폭 상승했다.

기관 투자자도 KB금융의 주식을 열심히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전날까지 25거래일 연속으로 기관은 KB금융을 순매수했다. 기관의 순매수액은 2776억원으로 SK하이닉스에 이어 기관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다.
은행주 조정받는데…기관이 한 달 동안 담고 있는 종목
KB손해보험의 호실적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은 KB금융의 완전 자회사(지분 100% 보유)다. KB손해보험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5686억원으로 전년에 두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이는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부동산 매각 등 일회성 이익(1570억원)이 반영된 수치다.

김지영 연구원은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제도(IFRS17)가 적용돼 KB손해보험의 실적은 더 개선될 것"이라며 "이익 개선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돼 실적 관련한 기대감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초 도입된 IFRS17은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산출하는 회계제도다. 부채 등을 시가로 계산하기에 금리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저축성 보험 등을 많이 보유할수록 보험사엔 부담이 된다. 손보사들은 생보사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험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에 따른 수혜를 볼 전망이다.

이날 오전 KB금융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은 반대표에 막혀 부결됐다. 그 외 이사 보수 한도 상향, 퇴직금 규정 개정안 등 나머지 안건은 통과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사외이사 선임은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며 "어느 한 사람의 독자적인 영향력이 행사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