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하자니 내로남불, 반대하면 또 방탄 논란' 곤란해진 민주당
與51명 특권포기 서약·'사실상 가결 당론'…이재명 추가체포안 겨냥?
하영제 체포안에 '불체포특권 포기' 與…'李부결' 野는 딜레마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압도적 과반 의석(169석)을 차지한 제1야당으로서 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론은 아니더라도 대다수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부결시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까지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된 바 있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이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가결 혹은 부결의 열쇠를 사실상 민주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하영제 체포안에 '불체포특권 포기' 與…'李부결' 野는 딜레마
우선 민주당으로선 이 대표와 노 의원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하 의원의 경우에도 체포동의안을 부결하자니 '부패 옹호'나 '방탄 국회'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이번에만 체포동의안에 찬성한다면 '내로남불' 프레임에 걸릴 수밖에 없어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에) '부'(반대)를 하면 부패를 옹호하는 것이냐, 방탄 본능이 있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게 되고 '가'(찬성)를 하면 '너희 당은 '부'고 남의 당은 '가'냐'(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하영제 체포안에 '불체포특권 포기' 與…'李부결' 野는 딜레마
더구나 국민의힘은 이날 소속 의원 115명 중 51명(44%)이 동참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내놓으면서 압박을 가했다.

이 서약엔 5선의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우택 국회부의장 등 중진을 비롯해 초선 의원들까지 다수 참여했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이번 서약이 "특정 사안,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기획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전엔 '불체포특권 뒤에 숨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자신의 경우에는) 이번에만 정치 탄압이니 불체포특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서약에 동참한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의원 개개인의 사인이 담긴 서약서 사진을 게시한 뒤 "우리는 이재명처럼 지저분하게 살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와 별도로 국민의힘은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사실상 가결 당론'을 강조하고 있다.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고 주장했던 당"이라며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는 것이 사실상의 당론"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도 전날 "의원들이 각자 헌법기관이고 우리(국민의힘)는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그것이 당론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자당 의원의 '방탄'을 포기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사실상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다.

당장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한 압박은 물론,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추가적인 체포동의안 상황까지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차 있을 지도 모르는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 때에는 또 부(반대)를 한다면, 기준이 뭐냐는 설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하영제 체포안에 '불체포특권 포기' 與…'李부결' 野는 딜레마
일단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표결될 예정인 하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 차원의 방침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검찰의 하 의원 구속영장 청구 및 체포동의 요청에 대해 한일 정상회담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검찰의 수사가 야당 의원에게 집중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여당 의원 수사로 '억지 균형'을 맞춘 것이라는 의심의 시선도 있다.

조응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갔다 오신 것 때문에 코너에 몰리게 되니까, 신문이나 방송 과반을 그걸로 잡아먹게 되니 국면전환을 해야겠다는 의도도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정치 편향성 시비가 붙으니 하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설령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더라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