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요시다 듀오, 준결승까지 4할대 맹타에 21타점 합작
'56홈런' 괴력의 무라카미, 승부처서 역전 굿바이 2루타로 부활
[WBC] 확고부동한 일본 빅리거의 파워…무라카미도 마침내 폭발
일본 야구대표팀이 흥미와 짜릿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멕시코와 치른 WBC 4강전에서 4-5로 끌려가던 9회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드라마틱한 역전 끝내기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6-5로 이겨 14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22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전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호화 멤버로 구성된 '야구 종가' 미국과 일본이 벌이는 결승은 5회째를 맞이하는 WBC의 대단원에 어울리는 세기의 빅매치로 펼쳐진다.

이번 대회를 자세히 보면 역대 최강의 멤버를 꾸렸다고 자부한 일본이 2006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 도전을 강조했는지 알 만하다.

일본은 경기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며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했다.

막강한 마운드를 앞세워 B조 본선 1라운드와 8강전을 통과한 일본은 4강전에서는 호쾌한 방망이로 뒷심을 발휘해 야구의 참맛을 선사했다.

[WBC] 확고부동한 일본 빅리거의 파워…무라카미도 마침내 폭발
특히 투타 겸업에서는 빅리거를 넘어 '우주 최강'이라는 찬사를 받는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5년간 9천만달러라는 거액을 받고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어 곧 데뷔하는 '예비 빅리거'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두 거물이 침몰하던 일본 타선을 살렸다.

그러자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일본인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 신기록을 쓴 무라카미마저 연쇄 폭발해 마침내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오타니∼요시다∼무라카미로 이어지는 3∼5번 중심 타선이 멕시코 격파에 앞장섰다는 점은 무척 각별하다.

결국 승부처에서 팀을 지탱하는 간판스타들이 해준 셈이어서다.

[WBC] 확고부동한 일본 빅리거의 파워…무라카미도 마침내 폭발
이처럼 투타의 조화를 이룬 일본 야구를 보고 맥스 셔저와 저스틴 벌랜더(이상 뉴욕 메츠) 등 빅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빠져 마운드보다는 공격에 의존하는 미국보다 더 재미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겸비한 요시다는 0-3으로 끌려가던 7회말 우측 폴 안에 떨어지는 동점 스리런 홈런을 쳐 역대 WBC 단일 대회 최다 타점 신기록(13개)을 작성했다.

멕시코 마운드에 중반까지 봉쇄당한 상황에서도 요시다는 안타 2개를 날리는 등 이날 4타수 3안타를 쳐 WBC 타율을 0.474(19타수 9안타)로 끌어올렸다.

일본은 4강전에서 4회 루이스 우리아스(밀워키 브루어스)에게 선제 좌월 석 점 홈런을 맞고 끌려갔다.

이번 대회에서 WBC 6전 전승을 달린 일본이 먼저 점수를 준 경우는 1라운드 체코(1점), 한국(3점)전에 이어 멕시코전이 세 번째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감독은 먼저 홈런을 허용한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결승전 선발로 출전할 예정이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를 투입해 멕시코 타선 봉쇄부터 들어갔다.

야마모토가 추가 실점하지 않은 덕분에 요시다가 7회말 2사 1, 2루에서 3점짜리 동점 아치를 그릴 수 있었다.

요시다는 한국전에서도 2-3으로 추격하던 3회말 2타점 역전 결승 중전 적시타를 치는 등 '해결사'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였다.

[WBC] 확고부동한 일본 빅리거의 파워…무라카미도 마침내 폭발
일본은 동점 후 8회초에 곧바로 2점을 줘 다시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8회말 무사 1, 2루에서 보내기 번트를 두 번이나 실패한 겐다 소스케(세이부 라이언스)에게 스리 번트 작전을 내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하게 한 덕분에 1점을 따라붙었다.

2스트라이크에 몰렸는데도 겐다는 정확하게 번트를 대 이런 큰 경기에서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했다.

드라마는 역시 슈퍼스타 오타니의 손과 발에서 시작됐다.

1점을 쫓던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끝내기의 서곡을 울렸다.

1루를 돌면서 머리에 쓴 헬멧마저 팽개치고 역주하는 모습에서 오타니의 승리 의욕이 그대로 드러났다.

원래 일본 대표팀의 4번 타자였다가 좀처럼 터지지 않자 4번을 요시다에게 내주고 5번으로 내려간 무라카미는 마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처럼 결정적인 순간 한 방으로 일본 열도를 뒤집어놨다.

힘이라면 빅리거에도 밀리지 않는 무라카미는 무사 1, 2루에서 직구가 복판에 몰리자 번개처럼 방망이를 돌려 가운데 펜스 하단을 직접 때리는 2루타를 터뜨리고 끝내기의 영웅이 됐다.

오타니(타율 0.450·20타수 9안타)와 요시다는 대회 내내 4할대 맹타로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두 선수가 합작한 타점은 21개다.

일본계 미국인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타율 0.318에 출루율 0.483을 찍고 1번 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가 부상으로 낙마했지만, 일본은 세 명의 빅리거 타자로도 너끈히 결승에 올랐다.

무라카미마저 살아나 이제 미국과의 방망이 싸움도 해볼 만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