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산책로·카페 등 갖춘 자원회수시설…소각 에너지 재활용
왕궁서 2㎞ 거리…"상암동 소각장도 친환경 지역 명소로"
소각장 지붕 위 스키장…코펜하겐 명소 아마게르 바케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시내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 해안가에 우뚝 솟은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굴뚝에서는 흰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굴뚝이 솟은 철제 외관의 건물은 지면까지 가파르게 낮아졌다.

벽돌을 엇갈리게 쌓은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에다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이 건물이 '코펜힐'(copenhill)로 불리는 자원회수시설(폐기물 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다.

아마게르는 지명, 바케는 덴마크어로 언덕이라는 뜻이다.

평지가 대부분인 코펜하겐에 아마게르 바케는 산과 언덕을 선물했다.

소각장 굴뚝 높이는 125m, 굴뚝과 연결된 사선 형태의 건물 높이는 최고 85m에 달한다.

건물 지붕을 따라서는 사계절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녹색의 인공 슬로프가 이어졌다.

슬로프 옆에는 리프트 외에 건물 꼭대기 공원과 지상을 연결하는 산책로와 계단이 자리했다.

계단으로 정상에서 지상까지 이동하는 데 10분이면 충분했다.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투명 유리벽을 통해 소각장 내부 시설을 보면서 꼭대기 12층까지 한 번에 이동이 가능하다.

암벽 등반에 자신이 있다면 건물 전면에 있는 높이 80m의 인공 암벽을 타고 정상까지 갈 수도 있다.

소각장에 사계절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아마게르 바케의 연간 방문객은 5만명 수준이다.

소각장 지붕 위 스키장…코펜하겐 명소 아마게르 바케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취재진이 방문한 이날은 슬로프 등 편의시설이 문을 닫는 월요일인 탓에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설 관계자의 안내를 따라 입구로 들어섰다.

자동문을 통과하니 또다시 자동문이 나왔다.

두 번째 자동문은 첫번째 자동문이 닫히고 나서야 열렸다.

공기가 들고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소각장 내부는 악취와 배출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음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해 안전모와 형광조끼를 착용했다.

이어 철문을 열고 소각장 안으로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크게 말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도 컸다.

잠시 걸어 들어가자 폐기물 반입장에서 쓰레기 냄새가 났다.

마침 25t 트럭 한 대가 들어와 폐기물을 쏟아냈다.

하루에 5∼25t 트럭 250∼300대가량이 폐기물을 들여오는데 그 양이 1천500t에 달한다.

이곳의 하루 폐기물 처리 용량은 약 1천200t이다.

수거장 안에서는 거대한 크레인 두 대가 쓰레기를 섞고 있었다.

폐기물이 잘 타도록 수분이 많아 잘 타지 않는 쓰레기와 잘 타는 쓰레기를 균질하게 섞어야 하기 때문이다.

폐기물은 이후 계단 형태의 화격자(소각로)를 따라 굴러가며 소각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가자 후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시설 관계자는 "뜨거운 공기가 상승해 상부의 덕트 안으로 빨려 들어가다 보니 상층부 공기가 하층부보다 따뜻하다"고 설명했다.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열은 지역난방에 쓰인다.

수증기가 터빈을 돌려 만드는 전력은 인근 지역에 공급된다.

운영사 ARC에 따르면 작년에는 53만3천t의 폐기물로 9만2천세대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었고, 주택 7만8천여채가 쓸 수 있는 지역 난방열을 생산했다.

전력과 지역난방열 생산으로 얻는 수입은 전체의 75%다.

나머지 수입원은 폐기물 소각료다.

소각장 지붕 위 스키장…코펜하겐 명소 아마게르 바케
아마게르 바케는 외국에서 폐기물을 들여와 소각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t당 470크로네(약 8만9천원)으로, 지난해에는 8만t을 들여와 총 71억원의 수입을 얻었다.

아마게르 바케는 40여년 된 노후 발전시설 인근에 건립됐다.

건립 전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으나 공모전을 통해 주민 편의시설을 갖춘 혁신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우려를 기대로 바꿨다.

기존 시설은 아마게르 바케가 들어서고 석달 만에 철거됐다.

제이콥 시몬슨 ARC 최고경영자(CEO)는 "현 위치가 덴마크 여왕이 사는 궁(아말리엔보르성)에서 불과 2㎞ 떨어졌고 기존 주거지와는 200m 거리"라며 "그래서 담으로 막힌 곳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 디자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건축 디자인뿐 아니라 오염물질 관리에 있어서도 우수 사례로 꼽힌다.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다이옥신 등의 배출량을 유럽연합(EU) 기준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

올해부터는 연간 50만t의 탄소 감축을 목표로 탄소 포집 기술 시범운영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기피시설을 명소로 바꾼 아마게르 바케를 벤치마킹해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설 신규 자원회수시설을 친환경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우리 기술이 덴마크에 미치지 못하는 건 아니기에 노력한다면 배출 가스의 질을 유지 관리할 수 있다"며 "시민이 보기에 아름답고 사랑할 수 있는 시설이 되도록 아이디어를 모아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