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러 친미정권 등장' 최악 시나리오로 간주하는듯
방러 시진핑, '푸틴 권좌 유지' 공개 지지 눈길
국빈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좌 유지'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21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방문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는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거행한다"며 "당신의 견고하고 강한 영도 하에 러시아의 발전과 진흥이 장족의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나는 러시아 인민이 반드시 당신에게 계속 견고한 지지를 보낼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은 중국 외교부 사이트와 중국 관영 매체들을 통해 공개됐기에 사실상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였다.

정상들 간에 사석에서 상대의 선거 승리에 대해 덕담을 하는 것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번과 같이 공개적인 지지 표명은 흔치 않은 일이다.

상대국의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이 단순한 덕담이 아닌 '전략적 속내'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바꿀 전략 협력 파트너로 간주하고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평이다.

시 주석은 2013년 처음 국가주석이 된 뒤 이번 포함 9차례 러시아를 찾았고, 두 사람이 양국 또는 제3국에서 공식, 비공식 회담을 한 것은 모두 40여 회에 달한다.

2013년 시 주석이 처음 국가주석에 당선된 뒤 첫번째로 방문한 외국도, 지난 10일 국가주석 3연임 확정 후 처음 방문한 나라도 모두 러시아였다.

이처럼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공을 들인 데는 미국에 맞설 파트너 측면뿐 아니라 자국의 안보 관련 함의도 작지 않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애증으로 얽힌 중러관계를 감안할 때, 정상 간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화하는 것은 중국이 '북방발 안보 우려'를 잊고 자국 동쪽에서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집중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상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푸틴 대통령이 실각하고, 러시아에 친서방 성향 정권이 들어서는 상황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결국 선거를 앞둔 푸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준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은 자신의 외교 및 안보 구상이 전면적으로 흐트러지는 상황을 피하길 원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