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후 1년 이내 신고' 국적법상 요건 못 지켜"
나미비아 동성애 부부 아들 대법원 판결로 국적 상실
나미비아 동성애 부부의 아들이 대법원의 판결로 국적을 상실하게 됐다고 AFP 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미비아 대법원은 이날 대리모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동성애 부부의 아들에게 국적을 부여하라는 하급심 결정을 뒤집었다.

나미비아 고등법원은 2021년 이 부부 아들에게 국적 부여를 거부한 내무부의 결정이 잘못됐다며 국적을 부여했다.

현재 4세인 '요나'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나미비아인 필립 루엘과 멕시코인 기예르모 델가도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남아공의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있다.

당시 내무부는 이 부부가 요나의 출생 이후 1년 이내에 나미비아 당국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국적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 부부는 요나의 부모 중 한 명이 나미비아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내무부가 요구한 유전자 검사도 거부했다.

그런데도 고등법원은 남아공에서 발급된 출생증명서를 그대로 인정해 요나에게 나미비아 국적을 부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법원은 "국적법상의 출생신고 요건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내무장관이 미성년 자녀에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 게 맞는다"며 "고등법원이 피청구인에게 구제를 허가할 권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루엘과 델가도 부부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루엘은 "평등하게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약자를 관료적 절차를 문제 삼아 좌절시킨 판결"이라며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부는 앞서 성명에서 "법원은 아이들의 최상위 보호자로서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2006년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했으나 나미비아에서는 아직 동성애가 불법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