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소통에 언론 역할 중요…논조 변화에 시장 영향 받아"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6일 "금통위가 국내 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결정, 중국 상황 등을 변수로 고차 방정식을 풀어 결정을 내리는데, 최근 1주일 동안 5차 방정식이 7차, 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임기 만료를 앞둔 박 위원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미국 은행들의 파산이 국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지금 상황 자체가 미지수로 나오기 때문에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없다"며 "실리콘밸리은행(SVB) 경우만 봐도 이 정도면 제한적이지 않을까 했는데, 다시 크레디트스위스(CS) 이슈로 갔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아쉬운 것은 은행은 장단기 자금을 바꾸는 기관인데 그런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이자율 헤지(위험 분산도) 놓쳤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중앙은행 통화정책 대중 소통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언론이 민간의 경제 인식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활발해지는 중앙은행의 대중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은 주로 언론을 매개로 이뤄지므로 언론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이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94차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에서 결정된 기준금리 조정폭과 회의 전후 언론의 논조 변화 정도 등을 분석한 결과, 단순히 기준금리 변화폭이 크다고 언론 논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누구나 예상했던 빅 스텝(기준금리 0.5% 인상)이나 빅 컷(0.5%포인트 인하)이 단행된 경우 논조에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예상 밖의 결정이 내려진 경우에는 동결이거나 조정폭이 0.25%포인트뿐이어도 논조가 많이 바뀌었다.

아울러 금통위 이후 기사에는 다양한 만기의 수익률(금리) 변화, 통화정책 결정이 예상과 부합하는지 여부, 현재 경제 상황, 향후 통화정책 방향 지침(포워드 가이던스) 등과 관련된 정보가 대거 포함돼 실제 금리 변동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 위원은 언론 대상 소통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특화한 직접 소통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잉글랜드은행은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고등학생 수준)의 서술을 추가한 뒤 방문자 수가 늘고 정책 이해도도 높아졌다"며 "한은도 인포그래픽, 블로그 등을 통해 시장참여자, 전문가를 넘어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영 금통위원 "통화정책 8차 방정식…갈수록 미지수 늘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