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주주'로서 이달 17일 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심
[이슈 In]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칼끝 KT 이어 포스코 겨냥하나
국민연금이 '주인 없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행동 원칙) 강화의 칼끝이 KT에 이어 이번엔 포스코로 향하고 있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지침으로 국민연금 같은 투자자가 집안일을 맡은 충직한 집사(Steward)처럼 고객이 맡긴 자산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선량하게 관리, 운용하도록 책무를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포스코그룹을 지배하는 포스코홀딩스의 1대 주주(지분율 8.99%)이다.

◇ 국민연금, 17일 포스코홀딩스 주총서 의결권 행사
1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17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리는 포스코홀딩스의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요 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주총에서 포항 시민과 지역 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해 포스코홀딩스 본점 주소지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다시 옮기는 본점 소재지 변경 안건,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상정해 의결한다.

이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신규 추천되거나 재추천된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전략기획총괄), 김지용 부사장(미래기술연구원장), 유병옥 부사장(친환경미래소재팀장) 등 3명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다.

이 안건이 주총을 무난하게 통과하면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의 입지가 조금은 더 다져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7월 취임해서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고, 내년 3월까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는데 최근 그의 입지가 흔들리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 국민연금이 KT와 포스코 같은 소유 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칼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총수 일가가 없거나 총수 지분율이 낮은 소유 분산기업에 대한 주주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소유 분산기업은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로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거나 주요 주주인 경우가 많아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12월 27일 임명되자마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KT와 포스코 같은 소유분산 기업들이 객관적·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CEO를 선임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셀프 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소유 분산기업들을 정조준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14일 "포스코홀딩스와 관련해서는 현재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 가능성 작다" 관측
국민연금은 투자회사 지분이 10% 미만이면 사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내부적으로 정했더라도 주총 전에 미리 공개할 의무가 없다.

국민연금의 포스코홀딩스 지분은 10%에 못 미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소유 분산기업에 보여준 비판적 태도로 미뤄볼 때 최 회장 체제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2021년 3월 포스코 주총에서는 최 회장 연임 안건에 대해 '중립'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중립은 주총에 참석해 정족수를 채우되 다른 주주들의 찬반 비율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의 찬반 의결권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최 회장이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있으면서 거둔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1년 남은 임기를 채우고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최 회장 체제에서 포스코그룹의 기업가치는 높아졌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출범 후 그룹의 시가총액은 2021년말 39조8천억원에서 2022년말 42조9천억원으로 늘었고, 코스피 시장 내 시가총액 순위도 8위에서 6위로 올랐다.

최 회장이 강조하는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포스코케미칼 등 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그룹의 핵심사업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하지만 포스코 역대 회장들이 정권 교체 시기에 대부분 조기 사퇴하거나 각자의 사유로 퇴진한 사례를 볼 때, 최 회장 역시 임기를 모두 마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포스코 회장들은 새 정부 출범 2년 차에 물러나기를 반복했는데, 올해는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차이다.

이구택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차인 2009년에 스스로 물러났고, 정준양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국세청의 세무조사 압박 와중에 2년 차인 2014년 자진해서 사퇴해 두 번째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직전 권오준 전 회장도 연임에 성공했지만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2018년 4월에 '일신상의 이유'로 두 번째 임기 3년 중 2년을 남겨두고 퇴임했다.

또 최근 국세청이 포스코에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는데, 공교롭게도 17일 정기 주총 바로 전날인 16일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일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2018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지 5년이 지났기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지만,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슈 In]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칼끝 KT 이어 포스코 겨냥하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