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이 15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자신의 출연료 등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친형 부부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친형 박씨 부부는 지난 10년간 메디아붐 등 연예기획사 2곳을 운영하면서 62억원에 달하는 박수홍씨의 출연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박씨는 구속 상태에서, 그의 아내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방송인 박수홍이 15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자신의 출연료 등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친형 부부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친형 박씨 부부는 지난 10년간 메디아붐 등 연예기획사 2곳을 운영하면서 62억원에 달하는 박수홍씨의 출연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박씨는 구속 상태에서, 그의 아내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방송인 박수홍이 친형 부부의 '62억 횡령' 혐의에 관한 재판에 증인으로 직접 출석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수홍의 친형 박모 씨(55) 부부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박수홍은 증인으로 참석했다.

재판이 진행되기 앞서 취재진과 만난 박수홍은 "가족들을 사랑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평생을 살았다"며 "하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많은 것을 빼앗겼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안 돼서 이 자리에 섰다"고 증인으로 출석한 심정에 대해 밝혔다.

"벌어오는 모든 돈 형 부부에 맡겨…자산 불려줄 것이라 믿었다"

검찰은 A 기획사와 B 기획사의 법인카드를 박 씨 부부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보고, 박 씨 아내가 자주 방문했던 백화점의 상품권과 고급 휘트니스 센터 결제 명세, 박 씨 부부 자녀가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태권도, 미술 학원의 사용명세를 증거로 제출했다.

박수홍은 A, B 기획사 모두 본인이 홈쇼핑 출연료 행사 및 광고 수입 창출하고 있는 1인 기획사이고, 해당 기획사에 들어오는 수입은 전부 본인이 벌어들이는 것과 관련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수홍은 "(이들 부부를 고소하기 이전까지는) ATM을 사용할 줄 모를 정도로 은행 거래를 잘 몰랐다"며 "직접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밤낮으로 스케줄이 있어서 학원에 갈 시간도 없고, 상품권을 만들어서 방송 관계자 등에 돌리며 로비를 할 수 없는 32년 차 연예인"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벌어오는 방송 출연료 등이 입금되는 통장 자체를 (이들 부부에게) 맡기고, 자산 전체를 관리하도록 하면서 '믿을 만한 사람들이니 당연히 내 자산을 잘 불려주고 잘 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 믿었고, 개인 자산으로 돌려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0년이 넘게 일했는데 내 통장에 3380만원 남아있더라"라며 "물리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서 결국 급하게 보험을 해지하고 급하게 전세금 6억 5000만원을 냈다"고 호소했다.

"죽음의 문턱서 가스라이팅 당해…강력 처벌 촉구"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부동산 8채에 박수홍의 법인 자금이 투자금으로 사용된 것에 대해서는 "가수금 처리도 안 되어 있고, 법인에서 구입한 상가들에 토지분, 건축분에도 내 이름 자체가 없었다"라며 "그 근처 부동산 중개자들은 '박수홍 건물'로 알고 있는데, 내역을 떼어보면 다 피고인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막연하게 날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수홍은 박 씨 부부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박수홍은 "이건 단순한 횡령 범죄가 아니다"며 "(이들 부부는) 입버릇처럼 내게 '연예인은 나이 먹고 늙어서 돈이 없으면 비참하다', '돈을 아껴 쓰고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만 외치는 등 나를 죽음의 문턱에 내몰고 가스 라이팅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박수홍이 증인 신문 발언을 진행할 때마다 연신 고개를 내저으며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공판이 끝난 자리에서 박 씨 부부 측 변호인은 한경닷컴에 "피고인은 박수홍 씨가 하는 것처럼 언론플레이하고 싶진 않기 때문에, 어떠한 입장도 표명할 게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앞서 박수홍 친형 박 씨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총 61억 7000만 원에 달하는 회삿돈과 박수홍의 출연료 등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 됐다.

박 씨는 박수홍의 개인 계좌에서 29억 원가량을 무단으로 인출하고,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수법으로 19억 원을 횡령한 것과 회사 자금 11억 7000만 원을 빼돌려 부동산을 매입하고, 신용카드를 결제 등 방식으로 회삿돈 1억 8000만 원을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박 씨는 박수홍과 법적 분쟁이 발생한 뒤인 2021년 4월과 10월 박수홍의 출연료 등이 입금되는 회사 계좌에서 각각 1500만 원, 2200만 원을 인출해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활용한 혐의도 있다. 그의 아내는 일부 횡령 가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정산 약정금 미지급 등은 합의에 따른 것으로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기소 내용에는 제외했다.

박수홍이 박 씨 부부의 권유로 가입했다 주장한 다수의 생명보험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보험 계약자와 수익자, 보험금 납부 주체가 계약별로 같아 범죄가 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공판에서 박 씨는 법인카드 사용, 허위 급여 지급 등 횡령에 관한 대부분의 공소 사실에 대해 부인했으며, 변호사 선임 명목의 횡령만을 인정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