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이 반한 작가의 신작…거짓말이 보이는 소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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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보텀 <굿 걸 배드 걸>
“제가 영상 매체 종사자이긴 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면서 보내는 시간보다 책을 읽으면서 지내는 시간이 더욱 깁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 때 자양이 됐던 원천은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엔 유달리 원작이 있는 작품이 많다. 차기작 ‘더 제일브레이커’(가제)도 그렇다. 호주 추리소설 <라이프 오어 데스>가 원작이다.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출소를 하루 앞둔 남자가 갑자기 탈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책을 쓴 마이클 로보텀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추리소설 작가다. 영미권 최고 권위의 추리소설 문학상인 골드대거상을 두 차례 받았다. 그 수상작이자 그의 신간인 <굿 걸 배드 걸>이 국내에 출간됐다.
소설은 참혹한 범죄가 벌어진 현장의 밀실에서 어린 소녀가 발견되며 시작된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밝히기를 꺼린다. 6년 후 ‘이비 코맥’이란 이름을 달게 된 소녀는 법적으로 성인임을 인정받아 소년원에서 나가려 한다. 심사를 맡은 이는 경찰 심리학자 사이러스 헤이븐. 그는 이비가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아챈다. 거짓말을 즉각 알아채는 능력이었다. ‘인간 거짓말 탐지기’나 마찬가지였다.
사이러스는 이비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한편 15세의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조디 시핸이 숲속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고, 사이러스는 이 사건의 수사를 맡는다. 이비가 자신의 능력으로 그를 도우려 한다.
2004년 첫 소설 <용의자> 이후 20년 가까이 추리소설을 써 온 작가는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솜씨로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낸다. 끊임없는 반전은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살인 사건 해결이 한 축이라면, 사이러스와 이비가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게 되는 과정은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다. 아픈 과거를 지닌 둘의 서사는 ‘구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이비의 과거가 속시원히 드러나진 않는다. 속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저자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 종결로 아쉬움이 컸던 팬들은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란 점에서 환호할 만하다. 작품 하나의 완결성을 중시하는 독자에겐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이렇게 말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엔 유달리 원작이 있는 작품이 많다. 차기작 ‘더 제일브레이커’(가제)도 그렇다. 호주 추리소설 <라이프 오어 데스>가 원작이다.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출소를 하루 앞둔 남자가 갑자기 탈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책을 쓴 마이클 로보텀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추리소설 작가다. 영미권 최고 권위의 추리소설 문학상인 골드대거상을 두 차례 받았다. 그 수상작이자 그의 신간인 <굿 걸 배드 걸>이 국내에 출간됐다.
소설은 참혹한 범죄가 벌어진 현장의 밀실에서 어린 소녀가 발견되며 시작된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밝히기를 꺼린다. 6년 후 ‘이비 코맥’이란 이름을 달게 된 소녀는 법적으로 성인임을 인정받아 소년원에서 나가려 한다. 심사를 맡은 이는 경찰 심리학자 사이러스 헤이븐. 그는 이비가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아챈다. 거짓말을 즉각 알아채는 능력이었다. ‘인간 거짓말 탐지기’나 마찬가지였다.
사이러스는 이비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한편 15세의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조디 시핸이 숲속에서 주검으로 발견되고, 사이러스는 이 사건의 수사를 맡는다. 이비가 자신의 능력으로 그를 도우려 한다.
2004년 첫 소설 <용의자> 이후 20년 가까이 추리소설을 써 온 작가는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솜씨로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낸다. 끊임없는 반전은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살인 사건 해결이 한 축이라면, 사이러스와 이비가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게 되는 과정은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다. 아픈 과거를 지닌 둘의 서사는 ‘구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이비의 과거가 속시원히 드러나진 않는다. 속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저자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 종결로 아쉬움이 컸던 팬들은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란 점에서 환호할 만하다. 작품 하나의 완결성을 중시하는 독자에겐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