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제조장비 네덜란드 ASML 제재 동참에 초조
시진핑, 당 과학기술위 신설해 반도체 굴기 주도 예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의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10일 로이터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반도체가 미중 기술 전쟁의 최전선으로 부각한 가운데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과 함께 중국에 강한 화력 공세를 퍼부으면서 중국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모양새다.

위기에 선 中 '반도체 굴기'…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
중국은 근래 네덜란드 ASML에 크게 실망한 기색이다.

세계 1위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기업인 ASML이 대(對)중국 압박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ASML은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과 함께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 주요 수출 기업이다.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ASML이 중국에 수출을 멈출 예정이어서 중국의 관련 기업들의 동요가 크다.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9일 "우리는 중국과 네덜란드 기업 간의 정상적인 경제 및 무역 교류를 제한하기 위해 행정 개입을 하는 네덜란드 측에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면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최근 1∼2년 새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가 힘을 합쳐 중국의 반도체 굴기 차단에 나섰다.

우선 작년 7월 미국 상원은 2천800억 달러(약 36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원을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 우위 유지를 위해 쏟아붓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미 의회의 결단이었다.

여기에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칩 제조 기술에 접근하는 걸 차단할 목적으로 지난해 전면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미 행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한국·대만·일본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4를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또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의 대명사인 화웨이에 5G용 반도체 칩 수출을 2019년 5월부터 금지한 데 이어 지난 1월 4G용 수출도 금지할 의향을 비쳤다.

첨단 반도체 기술과 칩이 중국에 건너가지 못하도록 할 심산이다.

이에 중국은 오래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미국에 맞서려는 시도를 해왔으나 역부족인 모양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와 관련된 60조원대 국가 펀드인 '대기금'(공식 명칭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을 2014년 출범시켰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위기에 선 中 '반도체 굴기'…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
이 기금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집중적으로 지원했고, 반도체 설계 쪽에서 칭화유니 계열 UNISOC(쯔광잔루이<紫光展銳>)를 키웠으나 성과가 별로 없다.

오히려 대기금 운용 과정에서 부실 투자와 비리가 발견되면서 반도체 등 산업을 총괄하던 현직 장관인 샤오야칭 공업정보화부장이 낙마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시 주석이 집권 후 대기금을 선두로 천문학적 국가 재원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이 추진됐지만 투자 재원 배분 과정에서 사익 추구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눈먼 돈'이 넘쳐나면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첨단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총공세를 가하자 중국은 근래 기술 자립을 선언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국가와 시장의 힘을 모두 모아 맞서겠다는 결기를 보인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고 경제 보좌관으로 통하는 류허 부총리가 지난 2일 베이징의 한 심포지엄에서 "시 주석이 반도체 집적 회로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여러 차례 서면 또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굴기와 관련된 중국 최고 지도부 의중을 전한 것이다.

류 부총리는 그러면서 첨단 반도체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외국 전문가에게 내국민대우와 함께 최상의 대접을 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국적 불문하고 반도체 인재를 끌어모으겠다는 뜻이다.

5년 주기의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연례행사인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시 주석은 반도체 굴기를 염두에 둔 과학기술 발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가기관을 재편했다.

특히 국무원 산하 과학기술부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타 부처로 이관하고 슬림화하면서, 향후 신설될 공산당 중앙 과학기술위원회의 '수족' 역할을 맡아 과학기술 연구와 관련한 본연 업무에 집중키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바꿔 말하면 당 중앙 과학기술위원회가 사실상 반도체 굴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안팎에선 이번 전인대를 계기로 '3기 집권'을 시작한 시 주석이 미국의 반도체 공세를 진두지휘하면서 당과 국무원의 일치된 대응을 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기에 선 中 '반도체 굴기'…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