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으로 만든 검사장치…현대차·기아 생산공장서 사용"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선 2020년 전후로 생산라인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전기차 등 자동차 부품이 규격에 맞게 올바르게 설계됐는지 확인하는 데 필요한 측정용 도구인 ‘검사구’ 재질이 기존 알루미늄(4㎏)에서 플라스틱(1.2㎏)으로 바뀐 게 배경이다. 하루 수백 번 들었다 놨다 하는 검사구 무게가 4분의 1 정도로 가벼워지면서 근골격계 질환이 줄고 작업 효율성은 향상됐다.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은 3차원(3D)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쓰리디솔루션이다.

정구봉 쓰리디솔루션 대표(사진)는 “일단 용접한 뒤에는 부품을 뜯어낼 수 없기에 검사구를 활용해 사전 검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현대차 노조가 두 손 들고 경량화를 반긴 덕에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현대차 1차 협력사 자격을 얻었다”고 9일 밝혔다.

정 대표는 국내 1세대 3D 프린팅 엔지니어로 통한다. 삼성전자에 재직 중이던 1990년대에 3D 프린팅 장비를 국내에 처음 도입해 운용하며 3D 프린팅 기술을 갈고닦았다. 2017년 7월 쓰리디솔루션을 창업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가 가장 큰 고객이다. 검사구와 고정구를 비롯한 보조 도구(지그)는 물론 완성차 양산 라인에 적용되는 세정용 노즐도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3D 프린팅 장비로 만든 노즐은 플라스틱 재질이라 차체와 부딪혀도 흠집이 없고 가격도 기존 대비 절반 이하인 게 장점으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공장 양산 라인에 채택한 데 이어 미국 등 전 세계 공장으로 공급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3D 프린팅은 어떤 형태로도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설계 및 제조가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했다.

쓰리디솔루션의 고부가가치 제조업 분야 내 공급 실적은 최근 5년간 약 2만6000건에 달한다. 올해 실적 목표는 매출 135억원, 영업이익 10억원으로 잡았다. 2022년 대비 매출은 85%, 영업이익은 100% 신장된 수준이다. 앞으로 자동차에 이어 도심항공교통(UAM), 조선, 항공, 의료기기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각오다.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최근 1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25~2026년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국내 최대 규모 생산능력을 앞세워 3D 프린팅 기술 초격차를 벌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화성=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