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주민 저항이 거세지면서 이해관계를 달리해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들이 협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서안지구 제닌에서는 전날 이스라엘군 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2명의 시신이 팔레스타인 국기에 싸인 채 시 중심부를 통과해 서쪽 끝 난민촌으로 옮겨졌다.
가디언은 이 운구행렬에 하마스와 파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등 다른 무장정파의 깃발을 든 많은 무장대원이 함께했다며 이 장면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새로운 역학관계를 말해준다고 전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반대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무장 저항이 증가하는 가운데 정파 간 이해가 합쳐지기 시작하면서 서로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타의 무장조직 알-아크사 여단 휘장이 인쇄된 머리띠를 두른 한 청년(25)은 "자치정부는 우리를 체포하고 고문하고 우리가 피로 지키고 있는 이 땅을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며 충돌 자제를 요구하는 자치정부에 대한 반감을 표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군 서안 수색작전에서 사살된 6명의 소속도 하마스가 3명, 이슬람 지하드와 파타가 1명씩이었고 1명은 자치정부 보안군 탈영병으로 추정됐다.
이날 제닌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대원들은 수색 작전에 나선 이스라엘 군인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폭탄을 던지면서 저항했다.
최근 이스라엘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 공격이 증가하고 이스라엘군의 반격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새로 무장투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들은 정파와 관계 없이 서로 연계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가디언은 이런 조직화 움직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면 충돌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나블루스와 제닌의 주민들에게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인권 단체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올해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주민은 70여명에 이르며 이중 절반만 무장대원이었고 절반은 민간인이었다.
같은 기간 팔레스타인 측의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인은 민간인 13명 등 모두 14명이었다.
제닌 난민촌에 사는 나자(55) 씨는 "지금이 (2000년 시작된) 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반이스라엘 민중봉기)보다 더 나쁘다"며 "이스라엘인들이 들어올 때마다 민간인과 무장대원을 구분하지 않고 죽인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폭력 행사도 증가하고 있으며 충돌 자제를 요구하는 자치정부에 대한 존중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난민촌 출신 한 무장대원(20)은 "여기엔 어떤 삶도 없다.
매일 이스라엘군이나 자치정부가 침입해오고 사람들이 죽는다"며 "나는 죽는 게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