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토건비리 의혹 공방 현재진행형…양측 모두 '철저 규명' 태세
총선 앞두고 민생이슈 해결 위해 '전략적 협력' 가능성은 열어둬
접점 없는 김기현·이재명…'대장동 vs 울산땅'부터 대치 전망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대표가 선출되면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대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한 만큼 정식 당 대표가 카운터파트로 만나는 것은 이준석·송영길 전 대표 시절 이후 1년여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신임 대표와 이 대표가 그간 걸어온 길과 각자 떠안은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여야 관계가 순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두 사람은 사법시험 출신이라는 점을 빼면 삶의 궤적을 볼 때 뚜렷한 공통 분모가 없다.

64세로 이 대표보다 5살 많은 김 대표가 3년 먼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김 대표는 1983년(25회)에, 이 대표는 1986년(28회)에 문턱을 넘었다.

이후 김 대표는 판사를 거쳐 2004년부터 울산에서 국회의원 4선 고지에 올랐고, 2014년부터 4년간은 울산시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변호사로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운동을 하다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나서야 비로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2018년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후보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나마 두 사람 모두 광역단체장 경험이 있다는 게 공통분모라면 공통분모다.

2021년 9월에는 경기지사와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만나기도 했다.

접점 없는 김기현·이재명…'대장동 vs 울산땅'부터 대치 전망
각자 정치적 중량감을 키운 지역의 토건 비리 의혹에 연루된 처지라는 점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미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상황으로, 이에 따른 사법 리스크가 내내 발목을 잡고 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를 두고 지난 대선 레이스에서 강하게 충돌한 바 있다.

김 대표는 2021년 원내대표 재임 중 당내에 대장동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이 대표를 강하게 공격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김 대표를 향해 "봉고파직(封庫罷職·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하여 잠근다는 뜻)은 물론 남극 쪽 섬으로 위리안치(圍籬安置·유배된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가두는 형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재 진행형인 만큼 김 대표는 계속해서 이를 집요하게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대표는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를 꾸릴 정도로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일찍부터 주목했다"며 공세의 고삐를 죌 것임을 예고했다.

반대로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은 민주당의 집중 타깃이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쟁 후보들로부터 2007년 울산 KTX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김 대표가 소유한 땅을 지나도록 휘었고 이에 따라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해당 의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당이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진상조사단'을 가동한 만큼 그 진상규명은 엄정히 하겠다"고 말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대표는 울산 KTX 역세권 땅 투기 의혹으로 도덕적 흠결을 가진 채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

어느 국민이 김 대표의 발언을 공정하다고 여기겠는가"라고 쏘아붙였다.

다만, 양측 모두 민생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필요한 상황에서 극단의 대치는 피로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대표 대 대표'의 관계는 만들어가겠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라며 "중요 법안 처리 등을 위해 국정 파트너로서 협의할 것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대표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재명 대표를 만나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도 "대선 때 여야의 공통 공약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도 있는 만큼 민생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김 대표와 협력해야 할 때는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