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짜리 와인 구해드려요"…부르고뉴 애호가들이 찾는 와인숍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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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하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상품 수만 900여 개. 가장 비싼 와인의 판매가는 2억1500만원. 142㎡ 남짓 매장에 진열된 와인 가격을 모두 합치면 100억원.

부르고뉴 지역은 프랑스 전체 포도밭 면적의 3%밖에 안 돼 생산량이 적다. 이런 까닭에 버건디&이 2021년 문을 열 때만 해도 “매대를 채울 수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세계적 희귀와인도 판매
이런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가 ‘부르고뉴 와인 마니아’를 노리겠다는 전략은 적중했다. 버건디&은 희귀 와인을 찾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숨은 보석을 찾아주는 곳’으로 통한다.부르고뉴 현지에 네트워크를 둔 와인수입사 셀라프리베와 협업해 발군의 소싱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버건디&의 능력이 입소문을 탄 건 지난해 ‘도멘 앙리 자이에 에셰조’를 매입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부르고뉴의 전설’ ‘와인의 장인’이라 불리는 양조업자 앙리 자이에는 2006년 타계했다. 주류업계에선 그가 만든 와인은 사실상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마르샬 정 셀라프리베 총괄이사는 회사가 보유한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이 와인을 구했다. 버건디&은 프랑스 인증 기관을 통해 정품 여부를 확인한 뒤 이 와인을 찾던 고객에게 전달했다. 가격은 6600만원이었다.
버건디&에서 판매하는 가장 비싼 와인은 2억1500만원에 달하는 ‘도멘 르로아 뮈지니’다. 연간 500병만 생산돼 세계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들이 이 와인을 두고 경쟁한다. 조은식 버건디& 상품기획자(MD)는 “이렇게 적게 생산되는 와인은 생산자와 깊은 개인적 인연을 맺고 있는 애호가에게 최우선으로 전달될 공산이 크다”며 “일반인을 상대하는 소매 업장에서 구입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고 전문가가 응대

버건디& 오픈 때부터 함께했던 김민주 소믈리에는 국내 최초의 여성 어드밴스드 소믈리에다. 그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유일의 소믈리에 대회 ‘코리아 소믈리에 오브 더 이어’에서 2019년 우승했다.
김 소믈리에는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대부분 ‘부르고뉴 마니아’인 만큼 그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직업이 의사인 단골손님은 쉬는 시간마다 부르고뉴 밭 구역을 지도 위에 그려본다고 한다”며 “부르고뉴 와인을 찾는 사람들은 와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나누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 소믈리에도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와인계의 고시(高試)’로 통하는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에 도전할 예정이다. 1969년 영국에서 시작된 마스터 소믈리에는 와인업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최초의 전문 자격시험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내로라하는 소믈리에 가운데 합격자 수가 매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 합격자는 약 250명이다. 국내에선 2016년 김경문 소믈리에가 최초의 한국인 마스터 소믈리에가 됐다.
김민주 소믈리에는 버건디&에서 와인 애호가들이 그들의 커뮤니티를 끈끈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그는 “와인 커뮤니티는 결속력이 끈끈한 편”이라며 “한국의 와인 시장이 성장기에 있는 만큼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커뮤니티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