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전…화장박물관 통합 전시
고전과 현대·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신미경의 '비누조각'
코리아나화장품이 운영하는 코리아나미술관이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코리아나화장품 창업자인 유상옥 회장은 200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코리아나 미술관과 화장문화 관련 유물을 소개하는 코리아나화장박물관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씨를 열었다.

지하 1∼2층의 코리아나미술관은 화장품 회사의 특성을 살려 신체, 여성, 아름다움을 주제로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는 전시를 해왔다.

미술관은 20주년 기념전으로 28일부터 비누 조각가 신미경의 개인전을 연다.

비누를 이용해 서양 고전 조각상이나 동양의 도자기를 재현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로, 처음 공개하는 신작 70점을 포함해 120여점을 소개한다.

고전과 현대·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신미경의 '비누조각'
지하 전시장에 들어서면 비누 향이 코를 자극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라지 페인팅 시리즈'에서 나는 향이다.

150호 정도의 대형 철제 틀에 100kg이 넘는 비누를 녹여 색과 향을 더하고 굳힌 작품은 회화처럼 보이지만 제작방식과 물성은 조각에 가깝다.

유럽의 박물관 전시실처럼 꾸며진 또다른 지하 전시장에는 신작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가 자리 잡았다.

함께 전시된 미술관의 서양화·조각 소장품에 영향을 받아 제작한 작품들이다.

전시실 중앙의 그리스 조각상처럼 보이는 작품도 역시 비누로 만든 것이다.

1998년 작가가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인 '트렌스레이션-그리스 조각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유물같은 느낌이 더해졌다.

고전과 현대·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신미경의 '비누조각'
이번 전시는 지상 5∼6층의 화장박물관까지 전시 공간을 확장했다.

비누로 만든 도자기에 은박, 동박을 입혀 오래된 유물 같아 보이는 '화석같은 시간 시리즈'는 함께 전시된 고려·조선시대 청동거울과 자연스레 섞여들어 설명이 없으면 유물로 착각할 정도로 공간에 녹아들었다.

작가의 '화장실 프로젝트'도 계속된다.

화장실에 비누 조각상을 놓아 실제 비누로 쓰도록 하는 것으로, 사람의 손을 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닳은 모습 자체가 또다른 작품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최근 5개월간 서울의 백화점 화장실에서 실제 사용돼 변형된 비누 조각상 6점을 볼 수 있다.

변형된 조각을 브론즈로 캐스팅해 작품에서 비누의 가변성을 없애고 시간을 '박제'한 신작도 선보인다.

고전과 현대·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신미경의 '비누조각'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화장박물관까지 전시 공간을 확장하는 시도를 계속할 계획이다.

유승희 관장은 "지난 20년간 여성과 신체, 아름다움을 다루는데 차별화된 전시를 해 왔다"면서 "이를 더욱 심화해 코리아나미술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10일까지. 유료 관람.
고전과 현대·동양과 서양을 넘나드는 신미경의 '비누조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