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30㎝ '싹둑' 김현진 대위·'콧등밴드' 김혜주 대위는 두창 접종도 이수
[튀르키예 강진] 구호대 간호장교들 '투혼' 뒷얘기
"머리칼이 구조 임무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되잖아요.

"
튀르키예 강진 현장에서 대한민국긴급구호대(KDRT)의 일원으로 영웅적 활동을 펼친 군 대원들이 복귀 후 전한 현장의 이야기들이 또다시 감동을 주고 있다.

27일 국군의무사령부에 따르면 KDRT 1진으로 임무를 수행한 간호장교 김현진 육군대위(진급예정)는 떠날 때보다 머리칼이 30㎝나 짧아진 모습으로 복귀했다.

김 대위는 현지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동료에게 부탁해 허리까지 자랐던 긴 머리를 잘랐다.

의무사 소속의 김정길 육군중령이 외과용 가위로 '전문가처럼' 잘랐다고 한다.

그는 국방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파견 현장에 식수조차 부족할 정도로 물 사정이 열악해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감당할 수 없겠다고 느꼈고 무엇보다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마음을 굳혔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1진으로 튀르키예 강진 피해 구호 임무를 수행한 의무사 간호장교 4명은 20대 후반~30대 초반 미혼 여성이다.

붕대를 감고 현장을 누빈 '토백이' 등 '부상 투혼'을 발휘한 구조견들을 치료한 비결도 자세히 공개됐다.

의무사 장교들은 모두 환자 진료·처치에 베테랑이지만 동물 치료는 처음이었다.

이들은 휴대전화 화상통화로 의무사 의료종합상황센터 원격진료를 활용, 수의장교의 도움을 받아 구조견을 치료했다.

토백이 치료는 안타까우면서도 자랑스러운 소식으로만 국내에 전해졌지만 치료 당시 옆 건물이 무너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튀르키예 강진] 구호대 간호장교들 '투혼' 뒷얘기
의무사 관계자는 "촌각을 다투는 해외 인명구조 현장에 이들이 즉시 떠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임무를 위해 남다른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내과전문의 김동훈 육군중령은 외상전문의 세부전문의 자격을 추가로 취득했다.

외상전문의 이국종 교수의 영향이라고 한다.

이번 튀르키예 강진 현장 이전에도 여러 차례 파병을 다녀왔다.

구호대 파견 전부터 '콧등 밴드'로 대중에 알려진 김혜주 육군대위는 두창 백신 접종자격까지 이수하며 전쟁·재난을 대비했다고 한다.

김 대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한 대구 지역 방역에 투입됐을 당시 방호복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한 탓에 헐어버린 콧등에 반창고를 붙인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감동을 줬다.

두창백신은 특별 제작된 침을 사용해야 하고 꼼꼼한 사후관찰이 필수적인 까다로운 백신인데다 원인 바이러스가 생물학 무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별도 교육을 받은 의료인이 접종한다.

그러나 이상반응 우려로 접종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양성된 인원이 120여 명에 불과하다.

[튀르키예 강진] 구호대 간호장교들 '투혼' 뒷얘기
한편 지난 18일 귀국한 의무사 소속 대원 중 김정길 중령과 김동훈 중령은 "환자들이 기다린다"며 휴가도 가지 않고 지난주 곧바로 진료 현장에 복귀했다.

의무사 관계자는 "국군의무사령부 전 장병은 앞으로도 어떤 상황이든 상시 대응할 수 있는 의무지원태세와 군 의료역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