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美 인플레 우려에 달러 강세…"원화·밧 싸보여" 의견도
강달러에 이달 원화 가치 6%↓…주요 신흥국 중 하락률 2위
최근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며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 중인 가운데, 특히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이번 달 들어 6% 넘게 빠지며 주요 신흥국 가운데 2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간 27일 오전 10시 10분 기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주요 신흥국 23곳 통화의 달러 대비 수익률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2월에 6.32% 급락,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며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 루블화(-7.03%)에 이어 하락률이 2번째로 컸다.

또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중국 관광객 유입 기대로 강세를 보였던 태국 밧이 5.58% 하락해 올해 상승분을 토해냈고, 위험자산 투자처로 인기 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5.06%)도 지난해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달 달러 대비 강세인 통화는 멕시코 페소화(+2.44%)와 페루 솔화(+0.64%) 뿐이었다.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의 약세 속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신흥국 통화지수도 최근 들어 올해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고 지난해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지수는 지난해 말 1,660.55에서 지난 2일 장중 1,717.60(+3.4%)까지 올랐지만, 지난 24일 종가 기준 1,667.15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9월 고점을 찍었던 달러화 가치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면서 지난달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미국 물가 지표가 다시 반등함에 따라 연준의 통화긴축 강화로 달러화 강세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달 발표된 미국 1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의 2배에 가까운 51만7천 개 늘어나고,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게다가 2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올라 전월(5.3%) 대비 7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아직 목표치만큼 충분히 빠르게 내려가고 있지 않다"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안정이 돌아오고 있다고 편하게 느낄 때까지 현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공급망 혼란 여파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해운 등 운임 비용 하락분이 아직 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고 운송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캐나다 투자은행(IB) RBC 캐피털 마켓츠의 앨빈 탄은 세계 주요 경제권이 과도한 통화긴축으로 경기침체를 겪을 경우 아시아 일부 통화가 강달러에 상대적으로 잘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원화와 태국 밧은 비교적 싼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아시아가 정말 침체를 피할 수 있다면 이 지역 자산과 통화 가치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