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 유일한 보육원 '소양무지개동산'서 3명 퇴소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도…"걱정 되지만 설레기도 해요"
[르포] "이제는 울타리 밖으로"…눈물의 보육원 퇴소식
"더는 도와줄 선생님이 없다는 생각에 막막하기도 하지만, 어른이 됐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해요.

"
부산 강서구 가덕도 유일의 보육원 '소양무지개동산'에서 여동생과 함께 14년을 지낸 A(20) 씨는 26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A씨가 여동생 B(19) 씨, 그리고 C(19) 씨와 함께 보육원을 퇴소하는 날이다.

현재 보육원 등 보호시설이나 위탁가정에 속한 아이들은 만 18세부터 퇴소할 수 있으며, 원하면 만 24세까지 머물 수 있다.

소양무지개동산의 경우 도심과 먼 가덕도에 있다 보니 만 18세가 되면 대부분 자취방을 얻어 나가서 산다.

[르포] "이제는 울타리 밖으로"…눈물의 보육원 퇴소식
이날 열린 '함께 내딛는 첫걸음'이라는 이름의 퇴소식에서는 40여명의 아이들과 사회복지사가 이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TV 스크린에서 크리스마스, 추석 등 그동안의 추억이 깃든 사진들이 한 장씩 올라오자 옛 생각이 난 듯 곳곳에서 숨죽여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사회로 떠나는 선배들을 향해 보내는 영상 편지에서 동생들은 "벌써 보고 싶다", "우리 또 만나자"며 작별 인사를 했고, 임정옥 소양무지개동산 원장은 "집밥이 그리우면 언제든 오렴"이라며 정다운 편지를 낭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그동안 모은 적금과 정부 지원금 등 정착금이 지급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연계해 전세 대출금이 마련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매년 퇴소식 때마다 선물한다는 원장 선생님의 겨울 이불도 이날 등장했다.

소양무지개동산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원장 선생님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국제시장에 가서 아이들에게 줄 따뜻한 겨울 이불 세트를 직접 골라 장만하신다"며 "아이들이 잠들기 전 외로움을 느낄 때 포근한 엄마의 품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르포] "이제는 울타리 밖으로"…눈물의 보육원 퇴소식
어엿한 성인이 된 아이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해 어엿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이날 퇴소하는 A씨는 복지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대학생 2학년으로 그동안 보육원에서 동생과 함께 지냈다.

그는 14년 어머니의 재혼으로 동생 B씨와 이곳에 오게 됐다.

그는 "보육원에서 학생회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 못 볼 생각을 하니 너무 슬프다"며 "항상 도와주는 어른들이 있었는데 이제 진짜 나간다고 생각하니 걱정된다"며 붉어진 눈가를 비볐다.

A씨 남매와 함께 이날 퇴소한 C씨는 다음달 대학 입학을 앞둔 가운데 홀로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혼모 가정에 있다가 9살에 이곳에 온 C씨는 유명 호텔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싶다.

양식을 만드는 게 즐겁다는 그는 한 대학의 요리 관련 학과에 합격했다.

C씨는 "사회에 홀로 나가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혼자 사는 자취 생활이 기대되기도 한다"며 "대학에 가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르포] "이제는 울타리 밖으로"…눈물의 보육원 퇴소식
이날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임정옥 원장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고, 이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또 건강한 어른이 되는 선순환의 과정을 강조했다.

임 원장은 "사회에서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자신의 꿈을 잘 준비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멋지게 성장한 아이들이 지금 자라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의 꿈과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