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는 다르네"…테니스판 슬램덩크 꿈꾼다 [정호진의 스타트업 나우]


"왼손은 거들 뿐",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제 영광의 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1990년대를 강타했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보신 팬 분들이라면 이 대사들은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슬램덩크는 최근 영화로 제작돼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관객 수 1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슬램덩크를 그린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고등학생 시절 농구부에서 주장까지 맡았던 '농구 덕후'였습니다. 그렇게 겪은 경험과, 농구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으니 슬램덩크와 같이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탄생한 것이겠죠.

스타트업 현장에도 다케히코 작가처럼 취미에서 시작해, 창업까지 이어진 사례가 종종 있는데요. 오늘은 20년간 즐겨온 테니스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CES 2023 혁신상까지 받은 스타트업 '큐링이노스'의 권예찬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 '덕업일치' 스타트업 대표…"취미였던 테니스, 일이 되니 더 재미있던데요?"
권예찬 큐링이노스 대표 [촬영 = 김성오 기자]
"제가 좋아하던 테니스가 일이 됐는데, 하다 보니까 오히려 더 재밌고 즐겁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원하는 방향대로 해결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더 많은 흥미가 생기고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 28살이 된 권예찬 큐링이노스 대표는 어릴 적부터 해외 국가대표 선수에게 테니스를 배워온 '테니스 조기 교육생'입니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테니스 동호회 활동을 꾸준히 해온 권 대표는 취업을 고민하던 중 자신과 친숙한 '테니스'를 아이템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사실 권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권 대표는 여느 취준생과 같이 좁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 여러 스펙을 쌓던 도중, 창업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동아리에서 스펙만 쌓겠다던 권 대표의 마음은 미국 CES 박람회에 참관하게 된 뒤, 180도 바뀌게 됐습니다.

"CES, 실리콘밸리에 직접 가 보니까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변화시키고 있는지 몸소 체험하고 느끼게 됐습니다. 기술로 내가 직면했던 문제점들을 한번 해결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고, 정말 사업체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권 대표는 2019년 인공지능(AI) 테니스 로봇을 만드는 '큐링이노스'를 창업했습니다. 비싼 테니스 레슨 비용 부담을 덜고, 파트너가 없으면 테니스를 즐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발굴한 사업 아이템이었습니다. 특히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패턴을 분석해, 실제 사람과 경기하듯 이곳저곳으로 공을 발사하는 기능도 더했습니다.

권예찬 대표는 "선풍기에 비유하면 일반 볼 머신은 누르는 대로 바람이 나오지만, 저희 제품은 너무 더우면 바람을 더 강하게 틀고, 선선하면 바람을 약하게 조절하는 것"이라며 "이용자의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해, 실제 사람과 공을 치는 것처럼 경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CES 2023 '혁신상' 수상한 큐링이노스…"올해 미국 시장 진출 목표"
"덕후는 다르네"…테니스판 슬램덩크 꿈꾼다 [정호진의 스타트업 나우]
"2020년 처음 CES에 가서 '나도 여기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꿈을 꿨습니다. 그런데 올해 기회를 받았고, 감사하게도 3년 전에 꿨던 꿈을 이뤘습니다. 자다가 이메일을 딱 받았는데 CES 혁신상도 받고, 전시도 됐다는 이메일이었어요. 벌떡 일어나서 소리도 많이 질렀습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행사에서 큐링이노스는 피트니스와 스포츠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올해 CES 2023의 해당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은 기업은 단 10곳에 불과합니다.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니,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야겠죠. 지난해 하반기 동안 제품을 판매해본 결과, 큐링이노스는 6개월여 만에 억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 큐링이노스는 국내 판매를 이어 나가는 가운데, 오는 10월부터는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마일스톤을 가지고 있고요. 글로벌하게 초기 시장 진입을 하는 걸 목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포츠의 기반은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중장기적인 목표로 '라이브볼 생태계'라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큐링이노스의 높아진 목표만큼이나, 몸집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큐링이노스의 임직원 수는 13명으로, 초창기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습니다.지난해 7월 시드 투자를 유치한 큐링이노스의 기업 가치는 50억 원으로, 현재는 프리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문을 열어뒀죠.

권예찬 대표는 "로봇 개발자부터 알고리즘, 서비스, 디자이너까지 뭉쳐진 팀을 꾸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19년까지 사양산업이던 전 세계 테니스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실내 테니스장이 5년 전에 비해 700%가량 성장하는 등 전망이 밝다"고 전했습니다.

● 권예찬 대표 "도전하는 자의 가장 큰 적은 도전하지 않은 자의 조언"
"덕후는 다르네"…테니스판 슬램덩크 꿈꾼다 [정호진의 스타트업 나우]
"도전하는 자의 가장 큰 적은 도전하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자의 조언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신이 있고, 경험이 있다면 꼿꼿이 밀어붙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테니스에 대해선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권예찬 대표였지만, 회사를 경영한다는 건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공대 출신의 권예찬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고, 사업을 전개하는 데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 '살얼음판 같은 창업을 꼭 해야겠느냐'는 등의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하죠. 하지만 본인의 아이템에 확신이 있었던 권 대표는 본인의 소신을 있는 그대로 밀어붙였다고 밝혔습니다.

권예찬 대표는 "물론 도움의 조언들도 많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만류가 창업을 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라며 "앞으로 계속 많은 경험을 통해 처음 저와 같았던 초기 창업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극단적인 'NTJ'입니다. 항상 로봇 같다는 얘기도 들을 만큼 계획적인 성격입니다. 다만 감성적인 면에선 무지해서, 디자인팀으로부터 '대표님은 사람이 맞느냐'는 얘기도 들었습니다.(웃음)"

권예찬 대표는 본인의 MBTI가 ENTJ라고 밝혔습니다. ENTJ는 '타고난 리더'로 분류되는 성격 유형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추진력 있게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나 계획적인 성격의 권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항상 계획화해서 접근했고, 남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는 성격 덕분에 대외 활동도 수월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 테니스인 옆에 큐링이노스의 아이볼브를 두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권예찬 대표. 올해 졸업을 앞둔 권예찬 대표는 더욱 사업에 전념하며 국내와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입니다. 권 대표는 "아이볼브만의 생태계 구축을 통해서 사용자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경쟁하고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중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덕후는 다르네"…테니스판 슬램덩크 꿈꾼다 [정호진의 스타트업 나우]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