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안보보좌관 "러가 공격 멈추고 철군하면 전쟁 끝나"
"中, 중립적 중재인 아냐"…美 국무부도 회의적 시각 드러내
우크라 "中, 중립 확보하려면 러 말고 우리와도 대화해야"
블룸버그 "中제안 다수, 푸틴 대통령에 명백히 이득 제공"
서방, "우크라전 정치적 해결" 중국 제안에 시큰둥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24일(현지시간) 이번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정치적 해법'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서방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외견상 중립을 표방하며 사태를 중재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그간의 행적이나 중국 측 발표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첫 항목인 '모든 나라의 주권 존중'에서 제안을 멈췄어야 했다면서 "이 전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멈추고 철군하면 내일이라도 멈출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았으며, 미국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건 푸틴이 벌이고 선택한 전쟁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 정부가 판단을 유보하고 있긴 하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을 '중립적 중재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중국의 제안이 앞으로 나아가는 건설적인 길이 될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서방, "우크라전 정치적 해결" 중국 제안에 시큰둥
잔나 레슈친스카 주중 우크라이나 대리대사는 중국의 입장문을 '좋은 징후'로 평가하면서도 "중립을 위해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와 대화를 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대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호르헤 톨레도 주중 유럽연합(EU) 대사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이 발표한 문건은 '평화제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이 입장문이 우크라이나에 좋은 징후라면, 이건 EU에도 좋은 징후"라면서 내용을 매우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국의 입장문 발표 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특정한 신호를 내놓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전반적으로 매우 좋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언론들도 중국의 이번 제안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미국 NBC 방송은 "중국이 (지금껏) 취해온 입장을 고려하면, 이날 내놓은 12개 조항의 제안이 진전을 이끌어 낼 것으로 희망할 수 있을지, 중국을 '정직한 중개인'(honest broker)로 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분쟁에서 중립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판하길 거부한 채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제공한 서방을 비난해 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화를 재개하고 휴전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도 "행간을 살펴보면 중국 정부의 제안은 명백히 반(反)서방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여기에는 서방 주도의 (대러) 제재 중단을 촉구하는 등 내용이 들어있고,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것"이라면서 "서방 지도자들은 중국의 평화중재 노력에 회의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중국이 내놓은 조처 다수는 실행에 옮겨진다면 명백히 푸틴 대통령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제안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방, "우크라전 정치적 해결" 중국 제안에 시큰둥
중국은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에 밀착해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각을 세우는 행보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최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양국관계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원조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을 위해 러시아에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