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 중독 사회·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신간] 왜곡하는 뇌
▲ 왜곡하는 뇌 = 다이애나 도이치 지음. 박정미·박종화 옮김.
인간이 만든 음악이나 말 등의 소리는 대체로 어떤 질서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청각 시스템은 이 질서에 부합하는 청각적 경험을 학습하면서 앞으로 들을 소리는 어떤 패턴일지 예측하거나 가정하며 들을 수 있게 발달했다.

가령, 바흐의 음악에 익숙해지면 몇 소절만 듣고도 바흐의 음악과 헨델, 비발디의 음악을 구분할 수 있다.

어떻게 다음 음이 전개될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작곡가의 음악이 어느 정도 패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각이 이렇게 패턴을 찾는데 최적화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책에 따르면 청각은 시각에 비해 크게 부실하다.

광수용체는 한쪽 눈에만 1억2천6백만 개가 있다.

대뇌피질의 3분의 1가량도 시각에 관여한다.

반면 청각 수용체는 1만5천 개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소리는 그 물리적 특성 때문에 수많은 물체에 반사되어 복잡한 파형을 그리며 귀에 전달되기에 정확하게 감지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뇌는 사전 경험, 주의집중, 기대와 예상, 정서, 다른 감각에 의한 정보를 사용한 엄청난 양의 무의식적 추론 등을 통해 귀에 들어온 소리를 적극적으로 재조직화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착청(錯聽)이 발생한다.

청각적 착각 현상인 '착청'을 발견해 유명해진 음악 심리학자 다이애나 도이치의 책이다.

책은 다양한 착청 사례를 통해 뇌가 우리의 귀로 들어오는 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에이도스. 404쪽.
[신간] 왜곡하는 뇌
▲ 정의감 중독 사회 = 안도 슌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정의감을 내세우는 사람은 정론을 말한다.

'正論'은 문자 그대로 정당하고 올바른 말, 옳고 그름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런데 정론은 타협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
일본의 분노 조절 전문가인 저자가 정의감이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어 버린 현대사회의 문제를 분석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쉽게 '정의'에 중독된다.

정의를 내세울 때 인간은 활력과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항상 내 편을 찾을 수도 있다.

정의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 내면의 갈등과 혼란을 덜어준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정의감은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과해졌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사람들이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지 서로 감시했고, 환자 발생지역의 번호판을 단 차주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곤 했다.

정의감을 서로를 감시하고 비난하는 명분으로 활용한 셈이다.

저자는 정의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과하면 문제가 된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공감의 지혜가 현재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대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정론을 펼치는 것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태도다.

우리가 대화에서 바라는 것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다.

"
또다른우주. 160쪽.
[신간] 왜곡하는 뇌
▲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하재영 지음.
책의 표제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작가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썼던 유명한 문장이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의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작가인 저자는 실제 어머니를 인터뷰하고, 그와 교차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작가는 어머니의 말을 경청하고, 해석하고, 감응하면서 어머니의 내면으로 점점 깊이 들어간다.

휴머니스트. 27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