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유세·토론회·SNS 선거운동 모두 금지…'나홀로' 선거운동
첫 출마자들 "현직 조합장에 절대 유리"…선거법 많은 제약에 불만
막 오른 1천347개 조합장 선거…깜깜이 선거에 관심도 낮아(종합)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제약도 많아서 안타까워요.

차량 유세도 안 되니까 문구가 적힌 옷을 맞추거나 어깨띠, 피켓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어요.

"
오는 3월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23일 첫 선거운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국 1천347개 조합(농협 1천115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42개)의 대표자가 선출된다.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1천347개 조합에 총 3천82명이 후보로 등록해 2.3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선거 경쟁률은 제1회가 2.7대 1, 제2회가 2.6대 1이었다.

조합별로는 농협 2천591명(경쟁률 2.3:1), 수협 208명(2.3:1), 산림조합 283명(2.0:1)이 후보로 등록했다.

후보들은 이날부터 투표 하루 전인 3월 7일까지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다.

이들은 엄격한 제한 규정 때문에 난감해하면서 물밑에서는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선거운동 방식과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 선거법 탓에 신인들은 인지도를 높이는 데 애를 먹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13일로 짧고,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 없이 후보 혼자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선거운동 방식도 벽보 및 공보, 어깨띠·윗옷·소품 이용, 전화·문자메시지, 공공장소에서 명함 배부 등으로 제한돼 있다.

막 오른 1천347개 조합장 선거…깜깜이 선거에 관심도 낮아(종합)
토론회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도 금지된다.

현직 조합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다.

이렇다 보니 후보들은 손발을 꽁꽁 묶어 놓은 현행 선거법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강원도 내 모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백철규(58)씨는 "일반 지자체에서 하는 선거와 달리 제약이 많아서 안타깝다"며 "현수막도 어제부로 떼어야 하고 호별 방문, 차량 유세, 확성기 사용 등이 안 되다 보니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남 김해지역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조합원 집은 방문할 수 없어 아파트 단지 앞이나 대형마트 앞 등 조합원들이 많이 살거나 다니는 곳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후보 정종태(58)씨는 "2주 정도 되는 선거기간이 다소 짧게 느껴진다"며 "한 달 이상은 되어야지 농민들에게 후보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전북 완주의 단위농협 조합장에 출마한 후보는 "명함을 돌리려고 해도 공개된 장소에서 조합원만 골라 명함을 줘야 하는데, 조합원을 어떻게 일일이 알아보나"라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려고 해도 조합원 전화번호를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후보가 6명이나 몰려 충북 도내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청남농협의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후보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이름 알리기에 열심"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막 오른 1천347개 조합장 선거…깜깜이 선거에 관심도 낮아(종합)
울산의 한 후보도 "현직이 아닌 후보는 조합원들 전화번호도 제대로 알 수 없다"며 "이미 이름이 알려진 현직이 유리한 '깜깜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경기지역의 한 농협 관계자도 "후보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선거운동 기간 조합원 집을 방문하면 안 되는 등 여러 제약이 있어 일부 후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특히 기존에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후보들은 선거운동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느 선거처럼 길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선거 구호나 율동을 찾아볼 수 없었고 후보들은 정중동의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조합장 선거는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리로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고 있다.

이번에 선출된 조합장들은 3월 20일 임기를 시작한다.

(강태현 김재홍 김솔 김상연 김형우 김근주 김소연 송형일 이정훈 김동철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