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1933∼2020)의 생전 면모를 소개하는 책 '긴즈버그의 마지막 대화'(이온서가)가 출간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에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됐던 긴즈버그는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등 인권과 평등 문제에 앞장선 인물이다.
법률 저널리스트이자 학자인 제프리 로즌 미국 국립헌법센터장은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던 젊은 시절 1991년 같은 법원의 판사인 긴즈버그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오페라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진 두 사람은 이후 수십 년간 우정을 쌓아왔다.
책은 이후 25년간 다양한 주제로 로즌이 긴즈버그와 나눈 대화를 기록하고 여기에 여러 일화를 덧붙이는 식으로 법과 주요 재판, 여성 권리 향상, 사랑, 음악 등 여러 주제에 대해 긴즈버그의 생각을 전한다.
말을 아끼는 타입이었던 긴즈버그는 자서전도 남기지 않았다.
긴즈버그는 임신 중단권에 대해서는 "나는 사생활이나 의사의 권리 부분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면서 "여성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이며 빅브라더인 국가가 여성 개인에 이래라저래라 결정 내려주는 게 아닌,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의 핵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그는 미국 사법부 내 여성 차별과 관련해서는 "여성은 자신이 삶에서 겪은 일을 테이블 위에 의제로 꺼낸다"면서 "판사석에 여성이 있으면 사법부가 죄다 남자였을 때는 존재하지 못했던 사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완전한 평등을 위해서는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는 편견의 극복과 일과 삶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큰 과제"라면서 "이 두 가지만 고칠 수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영역에서 여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를 위한 조언으로는 "진짜로 실현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기꺼이 그걸 이루는 데 필요한 노력을 하라"고 당부했다.
동시에 "좋은 시민이라면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가 있다"며 "그 의무란 우리 민주주의가 적절히 작동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