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깜짝 키이우행'…"미 주둔군 호위없는 전장 방문, 현대사에 전무"

'현대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통령 출장.'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침공을 당한 지 1년을 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것을 놓고 이렇게 평가했다.

WP는 "비록 (일정이) 짧았지만, 바이든의 이번 방문은 현대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미국) 대통령 출장 중 하나였다"며, 이런 평가의 근거로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행이 대규모 미군 주둔이라는 방패막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란 점을 꼽았다.

미 ABC방송에 따르면, 바이든의 이번 방문은 미국 대통령이 미군 주둔군의 호위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외국 전쟁터에 간 것으로, 현대사에 유례가 없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전이 벌어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을 방문하긴 했지만, 당시는 주둔 미군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었다.

WP는 "(조지 W.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방문 시 보호 방패 노릇을 하던 대규모 미군 주둔이 없는 상태에서 전쟁 중인 국가와 상시 폭격을 받고 있는 도시를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짚었다.

바이든은 키이우에서 5시간여간 머물렀으며, 그가 키이우 시내를 걷는 동안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기도 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지 1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덤빌 테면 덤벼보라고 한 것"이라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키이우 방문이 재선 도전에 도움은 되겠지만 재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이우에 가면서 바이든은 전쟁 지역에 들어갔으며, 그의 안전이 우크라이나 군, 그리고 또 러시아 군의 손에 달린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측의) 계산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 암살이라는 사례를 만들거나 전면전의 위험을 무릅쓸 리는 없다는 것이었다.

합리적인 계산이었으나 어쨌든 위험하긴 했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한 차례씩 찾았을 때 방어시설이 매우 튼튼하게 갖춰진 주둔 미군 시설에만 머무르는 등 위험 회피 성향이 매우 강했다면서, 바이든이 이번 키이우 방문으로 용기를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신문은 이번 방문이 미국 국내에서 바이든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될지는 1∼2주 기다려 봐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바이든이 이번 방문을 통해 용기와 대담성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주긴 했으나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인기 하락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수십년 간의 여론조사를 통해 강화된 일반적 통설은 대외정책이 (미국) 대통령선거를 좌지우지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바이든이) 키이우로 기차를 타고 간 것은 역사에 길이 남겠지만, 역사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선거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바이든이 키이우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튀르키예 앙카라에 각각 간 것은 21일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연방 의회 연설에서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미국의 시도이며 '선전 공세'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 ABC 방송은 바이든에 앞서 재임 시 국내외 전쟁터를 찾은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4년 7월 남부연합군이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침공했을 때 수도방위를 위해 지어진 요새인 포트스티븐스를 방문했다.

그는 당시 적군의 사격 표적이 됐으며, 이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유일한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링컨으로부터 불과 몇 m 거리에 있던 군의관이 적군의 총에 맞아 다치기도 했다.

근처에 있던 군인이 링컨에게 "자세 낮춰라, 이 바보야!"라고 외쳤다는 일화도 있지만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다.

2차 세계대전 대부분 기간에 미국 대통령을 지낸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1943년 12월 8일에 이탈리아에 있는 연합군 군사시설을 방문했다.

이 때가 루즈벨트가 전장을 방문한 유일한 사례였다.

린든 존슨은 1965년 3월 처음으로 미군을 베트남에 파병한 후 1966년 10월과 1967년 12월 등 두 차례 베트남 캄란만을 방문했다.

리처드 닉슨은 1969년 7월 남베트남을 찾아 응우옌반티에우 대통령을 만나고 사이공에 주둔 중인 미군을 방문했다.

조지 W. 부시는 8년 간에 걸친 두 차례 임기 동안 이라크를 네 번, 아프가니스탄을 두 번 방문했다.

버락 오바마는 2009년 4월 바그다드를 한 차례 방문했다.

그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을 만나고 미군 장병들을 방문했다.

오바마는 이어 2010년 3월 카불과 바그람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을 네 차례 찾았다.

그는 2014년까지 바그람을 두 번 더 방문하고 카불을 한 번 더 갔다.

도널드 트럼프는 임기 중 해외 부대를 두 차례 방문했다.

2018년 12월 26일 이라크 주둔 미군을 만났고, 2019년 추수감사절에는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비행장에 있는 미군을 깜짝 방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