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바이오, 후성유전체 시계로 노화속도 예측하는 서비스 출시
후성유전체 시계(epigenetic clock)를 이용해 노화 속도를 예측하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은 최근 2023 한국바이오칩학회 동계심포지엄에서 한국인 노화 속도와 건강관리 효과를 측정하는 '케이에이징인덱스(K-AgingIndex·KAI)'를 선보였다고 20일 밝혔다.

KAI는 인공지능(AI)이 1만5000개 넘는 한국인 검체에서 확보한 후성유전체 정보를 학습하도록 해 개발한 후성유전체 시계다. 노화 정도를 평가하고 이에 대응하는 생활습관 변화가 노화 속도를 늦추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도록 구성됐다.

후성유전체 시계는 여러 염색체와 유전자의 DNA 메틸화 수준을 측정해 나이를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이다. DNA메틸화는 DNA 아미노산에 메틸기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염기서열이 바뀌지 않아도 유전자 기능이 바뀔 수 있다.

DNA 메틸화는 생활습관과 환경 요인 영향을 받는다. 유전자가 바뀌면서 암과 같은 질환이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질병이 생기는 것을 막기도 한다.

후성유전체 시계는 DNA 메틸화 등 여러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세포, 조직, 장기의 나이를 추정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박희경 시선바이오 대표는 "2019년부터 유력한 후성유전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를 활용해 질병 조기 진단, 치료 결과 예측, 건강상태·노화 가속 등을 평가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다가 KAI가 탄생했다"고 했다.

KAI에는 405개의 노화 관련 후성유전체 바이오마커가 담겼다. 이중 341개는 기존 연구를 통해 알려진 것이다. 64개는 시선바이오에서 자체 발굴했다.

KAI는 건강 상태 지표가 된다. 법적 나이보다 KAI에서 예측한 나이가 많으면 노화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반대로 적게 나오면 건강 관리가 잘 돼 노화 진행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해외에선 후성유전체로 노화속도를 예측해주는 서비스 출시가 늘고 있다. 미국 자이모리서치는 침을 이용해 노화속도를 예측하는 myDNAge서비스를 출시했다. 미국 에벌리웰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영국에선 후성유전체 시계를 활용해 개인맞춤형 운동치료, 식이요법, 명상, 의료서비스,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영국 런던의 NAD클리닉(NADclinic), 뉴트리제노믹스 등이 관련 시장을 열고 있다.

시선바이오는 DNA 처리작업을 하기 위해 화학물질로 바이설파이트를 쓰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독자적인 DNA 전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바이설파이트를 쓸 때 생길 수 있는 DNA 손상과 정확도 저하, 높은 위양성률 문제 등을 해결했다.

시선바이오는 지난해 5월부터 서울대 의대와 함께 후성유전체 기반 진단법도 개발하고 있다. 2021년 12월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뇌종양 일종인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항암제 '테모졸로미드'가 적합한지 파악하는 'Epi-TOP mMGMT Detection Kit' 시판 허가를 받았다.

박 대표는 "잘못된 생활 습관 누적과 환경오염으로 후성유전체가 바뀌고 이 때문에 노화가 가속되고 질병이 생길 수 있다"며 "이를 평가하고 개선하면 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