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클럽 강제동원 피해자·단체 초청 간담회
징용 소송대리인 "피해자 측 고민많아…일부는 정부안에 부정적"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해법 정부안을 공식화하고 일본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피해자는 정부안에 부정적이며 일본의 명시적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징용 소송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16일 오후 외신기자클럽이 주최한 강제동원 피해자·단체 간담회에 참석,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한 피해자 측 반응에 대해 "정부안을 수용할 수 있는 분도 존재하고 그렇지 않은 분도 존재한다"며 "제가 대리하는 사건 가운데 일본 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분들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강제징용 해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확정판결 피해자들의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공식화했다.

그러나 일본 측 사과와 일본 피고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 등이 반영되지 않아 강제동원 피해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일부 피해자 지원 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임 변호사는 히로시마로 동원된 피해자 가운데 미쓰비시를 상대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측은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노력하고 판결금 지급을 이행한다면 정부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징용 소송대리인 "피해자 측 고민많아…일부는 정부안에 부정적"
이와 달리 일본제철 소송 원고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김규수 할아버지의 자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의 명시적 사과가 필요하고 그것이 없다면 지금 정부가 말하는 방식의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게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보도된 것처럼 피해자 중 정부안에 긍정적 평가도 있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그분들 역시 '사과를 받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 측의 진심어린 사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확정된 안이 있을 때 피해자분들의 의사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이분들도 오랫동안 해온 소송이고 각자의 여러 상황, 나이, 경제적 여건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피로도, 사회적 주목도 등에서 결단을 내려야 해서 피해자분들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본질에 따른 조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그는 정부가 최근 공식화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거창한 것을 거둬내면 피해자 채권을 어떻게 없앨지에 대한 고민"이라며 과거 정부가 대리인을 맡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이(강제징용) 판결에서 정부는 단순 제3자라 한국 일본 사이에 어떤 합의를 하든 피해자들의 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해선 개개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그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법원에 공탁해 일방적으로 채권이 소멸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고령이고 장기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급한 해결을 강조하는 정부 측 입장에 대해서는 "현 정권의 욕심과 욕망이 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짚기도 했다.

또 그는 외교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측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임 변호사는 "오늘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송한 원고 중 한 분이 우리에게 연락해 외교부와 오늘 오후 5시에 보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당연히 변호사가 같이 오는 줄 알았다고 한다"며 "그게 아니라 취소하고 싶은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서 취소를 못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피해자를 외교부가 만나는 데 있어 대리인이 꼭 배석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를 통해 연락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는 외교부 스스로 말한 것"이라며 "외교부가 그간 해온 이야기에 반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건 심각한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