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아버지의 땅을 두고 서울시교육청과 다투던 유족들이 55년 만에 항소와 상고에 나섰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라도 20년 넘게 땅을 점유했다면 취득시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서울시교육청이 아버지 A씨의 유가족을 상대로 낸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에서 서울시교육청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1942년 A씨가 갖고 있던 서울 송파구 가락동(옛 경기 광주군 중대면 가락리) 땅 2800여평(9332㎡) 중 일부는 초등학교 부지로 쓰였다. 1964년 서울시교육청은 "A씨로부터 이 땅을 증여받았다"고 주장하며 A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마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이 진행되던 1965년 A씨는 사망했다. 이후 공시송달로 소송이 진행돼 판결이 선고됐으며, 1965년 1심 재판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부터 55년이 지난 2020년 항소심이 시작됐다. 1심 결론을 뒤늦게 알게 된 A씨의 자녀들은 A씨의 소송절차를 이어받아 ‘추완항소(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정해진 기간을 넘겨 제기하는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A씨가 1심 소송 도중 숨져, 판결문을 A씨에게 송달했다 해도 효력이 없다"며 자녀들의 항소를 받아들인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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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당시 재판부는 A씨의 땅으로 인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증여 시점에 A씨는 16살에 불과했으며, 1950년 농지개혁 당시에도 소유자가 A씨라는 자료가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A씨가 서울시교육청에 땅을 증여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땅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다고 봤다. 원심 결론은 "취득시효 20년이 지났다"는 서울시의 주장에서 뒤집어졌다.

민법 245조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를 갖고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규정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항소심에서 'A씨로부터 증여받은 땅'이라는 주장이 기각될 것을 대비해 이 주장을 예비적으로 냈고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대법원은 이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해 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과거 농지분배 절차 자료상 A씨가 땅 주인인 것에 대해서는 "농지분배 절차를 시행하는 국가와 당시 교육 사무를 담당한 공공단체는 서로 법인격이 다르다"며 "교육 사무를 담당한 공공단체가 A씨의 땅 소유권을 인정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유족들은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뒤늦게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을 행사한 점을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초등학교가 들어선 1942년 당시 시행된 민법에 따라 등기가 꼭 필요하지 않았던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