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생활 이겨내고 '연기파 배우' 평가
"칸, 오스카, 어벤져스? 이미 90% 꿈 이뤄 더 큰 꿈 꾸고 싶지 않아"
영화 '카운트' 진선규 "첫 주연 부담감 이겨내야죠"
"제 얼굴이 포스터에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는 게 기분이 묘했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부담감도 느껴지고요.

아마 개봉하고서도 이런 부담감은 계속 있지 않을까요.

"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카운트'는 배우 진선규의 첫 주연작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복싱에서 금메달을 땄으나 판정시비 논란 끝에 기억에서 사라진 박시헌 선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진선규는 이제 링에서 내려와 경남 진해의 한 고교 체육 교사가 된 박시헌 선수, '시헌 쌤' 역을 연기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진선규는 첫 주연작의 부담감을 잔뜩 털어놓으며 "이젠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요.

(동료분들이) 힘을 주셔서 괜찮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최근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에서는 첫 주연작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탓인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진선규는 촬영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나눴던 박시헌 선수에게 시사회 당일 아침 '떨린다'는 속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이후 박 선수에게서 한 통의 응원 문자가 왔는데, 그 문자를 간담회 현장에서 전하다가 그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진선규는 대학로 극단에서 오랜 무명 시기를 지나 이제는 누구나 알만한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조폭으로, '극한직업'에서는 마약반 형사로 분했다.

액션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는 글로벌 범죄조직 리더 역할을 소화하며 '흥행 대세' 배우로 거듭났다.

원래 그는 '시헌 쌤' 같은 체육 교사를 꿈꿨다고 한다.

고교 3학년 때 수능시험을 앞두고서 친구를 따라 놀러 간 작은 극단의 무대를 보고서 배우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고 기억했다.

"고교 3학년 때 자율학습 '땡땡이'치고 계속 거기(극단)에 놀러 다녔어요.

딱 한 달 동안 독백 3개 외워서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시험을 보러 갔는데 붙은 거예요.

당시에 연기를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
영화 '카운트' 진선규 "첫 주연 부담감 이겨내야죠"
대학로에서 단역부터 시작해 10년 정도 시간을 보내며 '진선규'라는 이름을 서서히 알리기 시작했고, 그때 만난 선배들이 이번 작품에서 아내와 교장 역할로 각각 호흡을 맞춘 배우 오나라와 고창석이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을 때 오나라 누나, 창석이 형하고 나중에 영화도, 드라마도 함께 해보자고 얘기하고 꿈을 꿨습니다.

'카운트'는 20년 가까이 지나 그런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죠. 어느 순간보다 재미있게 연기를 했던 거 같습니다.

"
그에게 특별한 연기 테크닉이 있는지를 묻자 "제가 열연을 한다고 상대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 배우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현장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좋은 연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단역 배우들도 모두 연기를 잘하는 분 중에서 선발하잖아요.

이분들이 주인공 앞에서 준비한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미리 한 분 한 분 만나 같이 연습하고, 얘기하고, 시간 되면 밥도 먹으려고 했어요.

이후 또 만나면 인사하고 대사도 맞춰보고 했지요.

그러면서 배우들의 캐릭터가 잘 표현이 됐어요.

"
그는 무명 생활을 보내면서 언제가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답했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재능이 되고, 능력이 될 수 있는 게 제가 (배우로) 살아온 느낌입니다.

"
진선규는 인터뷰 말미에 이미 자신은 꿈의 90%를 이뤘다고 했다.

단역배우 시절 오디션 없이 캐스팅되는 배우가 되기를 바랐는데 그 꿈을 이뤘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 공간을 가지기를 원했는데 그 또한 현실이 됐다고 좋아했다.

"더는 큰 꿈을 꾸고 싶지 않아요.

칸, 오스카, 어벤져스?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이제 제 꿈의 바통을 (우리)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유지해주고 싶습니다.

(웃음)"
영화 '카운트' 진선규 "첫 주연 부담감 이겨내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