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항암백신 개발의 난제로 꼽히던 면역 반응성이 있는 신생 항원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연구팀이 암 백신 타깃 선정에서 핵심이 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최정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펜타메딕스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대규모 암 유전체 데이터, 면역치료 환자 데이터, 동물실험 등을 통해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면역세포인 T세포 반응성까지 고려해 예측할 수 있는 최초의 기술이다. 주조직적합성복합체 2형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조직적합성복합체는 암세포의 돌연변이에서 나온 단백질 조각과 결합해 정상 세포와 다른 항원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신생 항원은 이론적으로 수백 종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T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고 공격하도록 항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일부에 불과하다. 암 공격을 유도하는 신생 항원을 정확히 가려내는 게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딥러닝 방식으로 해결했다. 돌연변이 단백질과 주조직적합성복합체 단백질 아미노산 간에 구조 결합의 특성을 학습해 T세포 반응성을 예측하도록 딥러닝 모델을 개발해 유효성을 확인했다.

특히 주조직적합성복합체 2형의 반응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학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조직적합성복합체는 대부분 세포에 존재하는 1형과 B세포, 대식세포와 같은 항원제시세포에 존재하는 2형으로 나뉜다. 지금까지 분석법은 주로 1형을 기반으로 해왔다. 2형의 경우 기술적 한계로 T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면역반응을 자극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다.

이세훈 교수는 “최근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예측의 어려움으로 치료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던 주조직적합성복합체 2형을 통한 CD4 T세포 면역 시스템을 항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며 “코로나 백신에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플랫폼이 검증된 만큼 암 백신의 상용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대연 펜타메딕스 대표는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을 항암백신 개발에 적용해 효율적인 개인 맞춤형 항암치료 타깃을 도출하는 데 활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 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최근호에 실렸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