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국방연구포럼 세미나…"무인기로 안보 불안감 노리는 인지전 수행"
"김정은 감내 못 할 대안 준비해야…北, 1970년대부터 군사용 무인기 관심"
"3축 체계를 방공의 전부로 인식…北무인기 대응 실패 원인"
지난해 말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국가 방공체계의 근본적 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으로 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예비역 공군 소장인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14일 글로벌국방연구포럼이 서울 육군회관에서 개최한 '북한 무인기 위협 진단과 대응 방안 모색' 세미나에 참석해 이런 주장을 펼쳤다.

권 전 사령관은 "북한 미사일 위협이 높아진 2017년부터 (한국형) 3축 체계를 국가 방공체계의 모든 것으로 인식하고 유·무인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며 "방공작전의 긴장감이 약화한 것이 격추 실패에 대한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9·19 남북군사합의로 전방 지역 유·무인 항공기 대응훈련이 대폭 감소함으로써 방공포병 무기 운용 요원들의 숙련도가 약화했다"며 "팀워크가 중요한 대공포 사격으로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은 국가 방공체계의 정밀 진단은 없이 오로지 전력 구조에만 집중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며 "현존 전력 극대화를 위해 수도권 군단 예하 육군 방공단과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의 지휘통제 체제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향후에는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국가 방공체계 평가 검토 위원회'를 설치해 문제를 진단하고, 한국 영토에 배치된 모든 방공포병 자산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한미 연합방공포병지휘체계로 확대할 것을 제시했다.

"3축 체계를 방공의 전부로 인식…北무인기 대응 실패 원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출신 안영호 예비역 육군 중장은 군의 소형 무인기 직접 대응에 제약이 불가피했으며 공세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안 전 본부장은 군의 모든 요격 체계가 일정 규모 이상의 비행체를 목표로 했다는 점을 들어 "소형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것이 대공방어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면 지나치다"고 말했다.

안 전 본부장은 북한 소형 무인기를 '뭉툭한 창'에 비유하며 "찔러도 상처가 날지 안 날지 모르는 뭉툭한 창이 어디를 찌를지도 모르는 것에 대비해 전방위에 방패를 두르고 기존의 방패를 두껍게 보강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김기원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북한이 무인기로 남측 민심을 흔들기 위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을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이번 소형 무인기와 같은 도발은 교묘히 안보 허점을 노리고 자행하는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략으로 인지전의 영역에 해당한다"며 "우리 사회 안보 불안감과 대정부 불신감 형성을 도모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그는 군이 맞대응으로 아군 무인기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비행시킨 점을 높이 평가하며 "향후 북한의 무인기 도발 재개 시 압도적 대응의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 큰 성과"라고 보고 "북한 군부나 김정은 위원장이 감내할 수 없는 정도의 대안을 차곡차곡 준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무인기의 군사적 활용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영기 한국드론협회 이사는 "북한은 1970년 2월부터 1973년 6월까지 주한미군이 북한의 서해안 지역을 따라 은밀하게 운용한 AQM-34 드론에 화들짝 놀란 때부터 군사용 무인기 확보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북한이 무인기 개발 초기에는 대공포 표적으로 운용하다가 정찰 및 타격용 무인기를 은밀하게 개발했다"며 "군사용 무인기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자체 기술력을 점진적으로 개선해왔다는 관측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