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보톡스 공방' 메디톡스 승...대웅제약에 "기술 사용 금지"
'보톡스'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도용을 둘러싸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인 약 6년간의 민사소송 첫 판결이 메디톡스에 유리하게 나왔다. 대웅제약은 항소를 예고했다.

10일 재판부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데 대해 대웅제약은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반해 메디톡스 측은 보도자료에서 "완승을 거뒀다"고 반색했다.

보톡스 전쟁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중 형사고소 건은 지난해 2월 대웅제약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났다. 이는 대웅제약이 강력하게 항소하겠다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대웅제약은 판결 직후 보도자료에서 "명백한 오판"이라며 "서울중앙지검이 광범위한 수사 끝에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무리한 결론으로, 대웅제약은 즉각 모든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검찰이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힌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메디톡스는 "소를 제기한 이후 5년 4개월 만에 정당한 권리를 되찾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균주의 유전자 분석 결과였다.

이날 재판부는 "(유전자) 계통분석 결과와 간접 증거 등에 비춰볼 때 원고(메디톡스)의 균주와 피고 대웅제약의 균주가 서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보유한 균주의 유전자를 분석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빼돌린 것이 맞는지 확인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그간 균주를 국내 토양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재판부가 유전자 분석만으로는 유래 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 데 집중했다. 재판부가 계통 분석 결과만으로 출처 관계를 인정하긴 어렵지만 여러 간접 증거를 종합해 판단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이에 대해 "유전자 분석만으로 유래 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인정했으면서도 추론에 기반한 판결로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를 보인 점이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같은 판결에 대해 메디톡스는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환영했다.

이날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균주 관련 제조 기술 사용을 금지하며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폐기하고 균주를 넘기라고 판결했다. 또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총 400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웅제약 보톡스 제품 '나보타' 사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됐지만 항소하기로 한 만큼 다음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현재의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을 상대로도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이 의심된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