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본사. /사진=한경 DB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본사. /사진=한경 DB
K-컨텐츠 분야 대장주로 불리는 CJ ENM이 시장 예상에 못미치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국내 컨텐츠 산업에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던 증권업계에도 향후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고 있다.

10일 CJ ENM의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3.12%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중이다. 전날 CJ ENM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77.7% 감소했다. 시장 컨센서스(추정치)였던 316억원의 20%에 불과한 수치다.

기대를 모았던 미디어 부문이 49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어닝쇼크'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CJ ENM은 환혼, 술꾼도시여자들2, 슈룹 등 흥행작을 제작하고 편성했음에도 제작 비용 증가로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자체 OTT 플랫폼 티빙의 이용자가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는데다, 인수한 해외 제작사 피프스시즌까지 부진하면서 손실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화려한 외관에 비해 실속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구조 재정비 없이 미디어 부문 흑자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1등 지위가 쉽게 바뀌지 않는 플랫폼 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고려하면 국내 OTT인 티빙의 유의미한 월간 이용자 순증가는 단기간 내 어려워 보인다"며 "제작 편수를 늘릴수록 비용 선인식으로 손익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137억원이었던 CJ ENM의 영업이익이 올해 121억원으로 11.6%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여기서 더 나빠질 게 없다'며 적자산업의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티빙, 피프스 등의 적자폭이 더 커지기 힘든 상황인데다, 가입자 확보를 위한 네이버·KT 등과의 제휴 등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회사의 비용 절감 노력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내에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올해는 전사적 차원에서의 비용 통제 및 비핵심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한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고려하면 실적 상향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