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등 대기업 감원보다 식당·호텔·병원 등 서비스업 고용 더 많아
감원바람 확산하는데 실업률은 최저…美노동시장, 대체 무슨 일?
요즘 미국의 노동시장과 관련해 상반되는 뉴스가 쏟아져 독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아마존,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누구나 아는 대기업들의 잇따르는 대량 해고는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빅테크에서 시작된 감원 바람은 골드만삭스, 페덱스, 디즈니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그런데 전체 숫자를 놓고 보면 미국의 고용 사정은 매우 양호하다.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천 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3배 가까이 상회했고,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다.

양호한 정도가 아니라 과열 상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거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구인난을 극복하기 위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종전 12달러에서 최근 14달러로 올렸다는 소식도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극과 극의 상반된 뉴스가 동시에 나오는 것은 식당, 호텔, 병원, 요양원 등의 신규 채용 규모가 IT(정보기술) 등 다른 분야에서 없어진 일자리를 보충하고도 남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전체 민간 일자리의 36%를 차지하는 의료, 교육, 레저·접객업과 기타 서비스 분야 기업들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초기 소비자들의 경제 활동이 거의 중단된 여파로 총 2천200만 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 서서히 회복되면서 다시 인력을 모집하기 시작한 이들 서비스 업체는 지난 6개월간 119만 개의 일자리를 채워 같은 기간 전체 민간 고용 증가폭의 63%를 차지했다.

반면 최근 두달 연속 고용 감소를 기록한 IT 기업들이 민간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해 전체 통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팬데믹 직후 육체적으로 덜 힘든 일 또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을 찾아 떠났거나 정부 보조금과 주식투자 수익금으로 두둑해진 지갑을 믿고 조기 은퇴한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여파로 상당수 구직 시장에 복귀하고 있어 서비스발(發) 노동 과열은 결국 식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멕시칸 레스토랑 체인 치폴레가 팬데믹 이전보다 많은 직원을 채용하는 등 필요한 인력을 거의 다 채운 서비스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휴스턴과 뉴올리언스에서 다수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업가 이타이 벤 엘리는 WSJ에 "인력이 식당 업계에 돌아오면서 르네상스를 누리고 있다"며 이제는 1천달러의 사이닝 보너스(새로 뽑은 직원에 별도로 지급하는 특별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아도 쉽게 직원들을 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비스업 고용 열기가 언제 완전히 식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요양협회(AHCA) 등의 1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요양원들은 오는 2027년까지 팬데믹 이전의 인력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