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스컬레이드'를 타봤다. 압도적 크기 탓에 '주차 스트레스'라는 우스갯소리도 따라붙지만 넓은 실내 공간을 활용한 가족 레저용 차량으로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차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사진=캐딜락 제공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사진=캐딜락 제공
지난 3일 서울 도심과 수도권 일대 약 400km 구간을 주행해봤다.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에서의 승차감은 물론 큰 차체의 고출력 성능을 확인해보고자 경사로와 비포장도로(오프로드)도 달렸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외관. 영상=신용현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외관. 영상=신용현 기자
시승한 모델은 5세대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이다. 가격은 1억5000만원 정도다. 국내에 출시된 에스컬레이드는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과 '스포츠 플래티넘' 모델, 지난해 출시된 롱바디 모델 'ESV'까지 총 3종이다. 스포츠 플래티넘 트림은 전면부 스포츠 메쉬 글로스 블랙 그릴을 비롯해 유광 블랙으로 처리된 디자인 요소가 특징이다. 럭셔리 플래티넘은 크롬 요소를 대거 적용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사진=캐딜락 제공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사진=캐딜락 제공
외관은 웅장한 차체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5세대 에스컬레이드는 이전 모델보다 전장이 200mm 늘어난 5380mm에 달한다. 휠베이스(축간거리)는 130mm 증가한 3071mm다. 기아 카니발과 비교하면 전장(5155mm)은 225mm 더 길고, 휠베이스(3090mm)는 19mm 작다. 롱바디 모델 ESV의 전장은 5766mm으로 국내 출시된 SUV 중 가장 긴 모델이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좌석. 사진=캐딜락 제공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좌석. 사진=캐딜락 제공
가족 레저용 차량은 안전한 주행 성능이 필수다. 카시트를 쉽게 탈부착할 수 있는 아이소픽스(ISOFIX) 탑재도 중요하다. ISOFIX는 카시트를 흔들림 없이 차체에 직접 고정하는 장치로 에스컬레이드 2열 좌석에 장착돼있다. 2열 좌석은 이어져 있지 않고 2개 좌석이 좌우에 하나씩 배치돼 있다. 간격이 넓어 쾌적하지만 카시트에 앉은 아이를 달래거나 떨어진 장난감을 주워줄 땐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카시트 설치, 트렁크. 영상=신용현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카시트 설치, 트렁크. 영상=신용현 기자
아이 장난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공간도 충분했다. 트렁크 용량은 722L다. 28인치 캐리어 2개를 넣고도 공간이 남았다. 2열 폴딩시 트렁크 용량은 2065L, 2열과 3열 모두 폴딩하면 3427L로 늘어난다. 트렁크 우측에는 3열 시트를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버튼이 장착돼 있다. 3열을 폴딩하고 28인치 캐리어 1개와 20인치 캐리어 1개, 유모차, 캠핑 웨건, 보행기, 베이비룸 가드 6개를 넣고도 공간 여유는 충분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AR 카메라' 작동 모습. 영상=신용현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AR 카메라' 작동 모습. 영상=신용현 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차체에 전방 개방감이 크게 느껴진다. 38인치 LG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는 3개의 디스플레이가 나뉘어진 형태로 배치돼 있다. 왼쪽에는 HUD설정과 AR카메라, 나이트비전, 트립 설정 등을 제어할 수 있다. 가운데 배치된 디스플레이에는 속도계, 주행거리 등 주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가 담겨있다. 오른쪽에는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으로 네비게이션과 안드로이드 오토 등 차량 편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나이트비전' 작동 모습. 영상=신용현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나이트비전' 작동 모습. 영상=신용현 기자
주행을 시작하자 안전벨트를 당겨 몸에 밀착시켜줬다. 전면 유리에 반사된 HUD에는 주행 속도와 어댑티브 크루즈 기능으로 설정해 둔 속도가 작은 크기로 표시됐다. 좁은 골목 주행 중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자 HUD 화면은 반지갑 크기 정도의 빨간 경고 화면을 나타냈다. 동시에 의자 진동을 통해 위험 상황을 알려줬다. 에스컬레이드에 탑재된 햅틱 안전 경고 시트와 전방 보행자 긴급 제동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유용한 기능임에도 유턴을 하거나 좌회전 후에 맞은편 차량을 위험 상황으로 인식해 경고가 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센터페시아. 사진=캐딜락 제공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센터페시아. 사진=캐딜락 제공
에스컬레이드에는 운전자가 지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핸들을 살짝 놓아보니 차선을 이탈할 정도로 한쪽으로 붙어 주행하는 탓에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를 받기 전에 핸들을 잡고 주행할 수밖에 없었다.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이 빠져있는 점은 아쉬웠다.

에스컬레이드는 10단 자동변속기 탑재로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주행 중 풍절음과 노면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가속할 때 엔진음은 우웅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주행 중 실내 모습. 영상=신용현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주행 중 실내 모습. 영상=신용현 기자
고속도로 주행에선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났다. 최대 제한속도인 시속 100km로 주행해도 빨리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계기판이 잘못된 것 같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켜놓고 비교해봤을 정도다.

고속 코너링에서는 거대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쏠림 없이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에스컬레이드에 적용된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eLSD) 기능은 각 휠의 구동력을 자동으로 제어해 차체의 안정감을 더해줬다.

고속으로 방지턱을 넘을 때 서스펜션이 단단해진 듯 쿵 하는 충격이 느껴졌다. 다만 브레이크를 살짝 밟은 채로 넘어갈 때는 고속으로 넘어갈 때와 같은 속도임에도 충격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캐딜락의 시그니처 시스템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로 바디롤과 상하 진동을 잡았다.

산 능선의 급경사로를 오를 때도 가뿐히 올라갔다. 비포장도로에서 주행모드를 오프로드로 변경하니 불규칙한 노면을 부드럽게 주행했다. 같은 구간을 기본 모드로 설정하고 주행해보니 오프로드 모드 주행보다 잔진동이 많이 느껴졌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 완료 후 연비 기록. 사진=신용현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 완료 후 연비 기록. 사진=신용현 기자
에스컬레이드의 제원상 복합 연비는 6.5km/L다. 약 400km 구간 주행 연비는 6.5km/L로 제원과 같게 나왔다. 에스컬레이드에는 6.2L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고 배기량의 엔진과 무거운 차체를 갖고 있는 만큼 연비 효율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주행 중 거대한 차체 크기가 주는 불편함은 없었다. 차선 변경에도 민첩했고, 후측방 경고 등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돌발 상황까지 제어해줬다. 다만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는 적응이 필요했다. 조수석 쪽 사이드미러는 멀리 있는 것도 잘 보여주고 왜곡이 없어 보였지만, 운전석 쪽 사이드미러 뒤편 차량이 크게 보여 차간 거리를 가늠하기 불편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 후 공간 비교. 영상=신용현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 후 공간 비교. 영상=신용현 기자
주차 스트레스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넓은 주차 공간을 찾거나 주차 후 내리지 못할 정도로 여유 공간이 좁아 다른 주차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2019년 주차장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 시행 이후 지어진 주차공간은 너비가 2.3m에서 2.5m 이상으로 넓어져 비교적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