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의 계절...E1 1500%, 현오뱅·GS칼텍스 1000%
E1 기본급 1500%, 현대오일뱅크 기본급 1000%,LG에너지솔루션 기본급 870~900%…
3고(고물가,고금리,고유가)로 올해 경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정유·가스·배터리 기업들은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에반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연봉의 7%를 성과급으로 받았고, CJ올리브영의 MD직군을 제외한 부서는 연봉의 20~40%를 받아 성과급의 부익부 빈익빈을 이뤘다.

사람인 HR연구소가 기업 341개사를 대상으로 ‘2022년 귀속 성과급 지급 현황’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6곳(58.4%)가 ‘성과급을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은 대·중견기업(67.2%)이 중소·스타트업(54%)보다 13.2%p 높아, 기업 규모에 따른 성과급 지급의 양극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흐를지 아직 불투명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금리인상 여부, 미·중 갈등 등이 여전히 변수여서 이같은 성과급 잔치가 내년에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구직자들은 실적이 좋은 기업을 중심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한 대학 취업센터 관계자는 "배터리 등 앞으로도 유망한 업종은 취업 지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하지만 미래 진로는 돈보다는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유·가스·배터리 성과급 높았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정유, 가스, 배터리 등 일부 업계의 성과급 수준은 기본급의 1000% 안팎에 이른다.LS그룹 계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업체 E1 직원들은 작년 말에 기본급 대비 150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E1은 지난해 LPG 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트레이딩 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업계의 성과급 역시 파격적인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 모든 임직원은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실적에 연동해 성과급이 전년(기본급의 600%)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GS칼텍스는 작년 경영실적 달성에 대한 성과급으로 최근 임직원에게 기본연봉의 50%를 지급했다.

최대 실적을 낸 국내 최대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도 기본급의 870%(평균)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조직 성과에 따라 일부 직원은 최대 900%를 받는다. 이는 전년도 성과급인 기본급 450% 대비 2배 수준이다. 또 LG이노텍은 기본급의 517∼705%, LG화학은 기본급의 352∼735%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첫 연간 흑자 달성에 성공한 전장(VS) 사업본부에 전 사업 부문을 통틀어 가장 높은 기본급의 5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도체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겪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연봉의 47~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스마트폰(MX) 무선사업부는 29~33%, 생활가전사업부는 5~7%를 지급해 대조를 이뤘다. 배터리 업종 삼성SDI도 연봉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4분기에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낸 SK하이닉스도 모든 임직원에게 작년 성과급으로 연봉의 41%를 지급했다.SK하이닉스는 작년 경영실적에 대한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준급의 820%로 결정했다. 기준급 820%는 연봉의 41% 수준이다.

CJ올리브영은 상품기획(MD)부문 직원에게 연봉의 80~160% 성과급을 지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직군은 연봉의 20~40%만 지급돼 온라인에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밖에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기본급의 700%,큐셀부문은 408%로 집계됐다. 한솔제지도 기본급의 700%를 지급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HMM은 기본급의 600%를 지급했다. 지난해 가을 태풍피해를 업은 포스코는 기본급 400%에 특별격려금 100%를 지급했다. 현대제철은 기본급 300%에 특별격려금 1310만원을 지급했다. 고려아연은 600% 수준으로 지급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31일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며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한국조선해양은 170%를 지급했고, 현대자동차는 1955만원,기아자동차는 2059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역대 실적'금융권은 300~400% 성과급 잔치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실적'에 성과급도 늘었다. 신한은행은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 361%를 책정했다. 하나은행은 기본급의 350%, KB국민은행은 기본급 280%에 더해 특별격려금 340만원을 지급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모두 1조3천823억원으로 파악됐다. 2021년 성과급 총액(1조19억원)보다 약 35%나 늘었다.

개별은행 임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을 따져보면, KB국민은행이 2억1천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은행(1억6천300만원), 신한은행(1억7천200만원), 우리은행(1억400만원), NH농협은행(4천800만원) 순이었다. 직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의 경우 NH농협은행(3천900만원)이 1위를 차지했다.하나은행(1천300만원)·신한은행(1천300만원)·KB국민은행(1천100만원)·우리은행(1천만원)도 모두 1천만원을 넘었다.

언론사도 성과급이 지급했다. 한국경제신문 노사는 지난해 12월 26일 기본급 평균 6.8% 인상과 연말 성과급 270%를 지급하는 역대 최고치의 ‘2022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기본급 상승률 평균 6.8%는 직전 9개년(2014~2022년) 평균 인상률 3.8%보다 3%p 높은 역대 최고 인상률이다. 이에 따라 연봉월액(매달 통장에 입금되는 돈)이 연차에 따라 5.1~11.3% 오른다. 기존 임협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임금피크제 대상자 역시 이번부터 상승분을 적용받게 되면서 임피제 대상자 임금도 평균 4.8% 오를 전망이다. SBS노사도 지난 1월16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기본급 2.8% 인상 △식대 4만원 인상 △성과급은 기본급의 425% 기준으로 지급에 합의했다. 또 장기근속자(10년, 17년, 24년) 연수비를 400만원에서 일괄 50만원 인상을 밝혔다
KBS 노사는 지난해 12월 30일 2022년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2023년 임금을 총액 기준 2.8%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