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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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택시비가 올랐습니다. 이달부터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000원 올라 4800원이 됐고 기본거리도 2km에서 1.6km로 줄었습니다. 심야 기본요금은 시간대에 따라 6700원까지 뛰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낮에 택시를 타고 서울 강남구 강남역에서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까지 이동하면 대략 3만60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오지만, 밤 11시 이후가 되면 4만원이 넘어갑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성남 분당구 정자역까지 이동할 때도 대낮에는 3만7000원 정도 나오지만 밤 11시가 넘어가면 5만원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간당 요금과 거리당 요금까지 덩달아 올랐습니다. 31초에 100원이던 시간당 요금은 30초당 100원으로, 132m당 100원이던 거리당 요금은 131m당 100원이 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체감 택시비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하소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밤 11시 넘어 서울에서 택시를 타면 수도권까지 4만~5만원 정도는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야버스 운행을 늘리고 지하철도 연장 운행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물론 대중교통 적자를 생각하면 대중교통 연장 운행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 국내 택시요금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렴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택시요금 인상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야근이나 원치 않는 회사 회식 등으로 늦은 시간까지 일터에 있다 집에 돌아갈 때 할증이 잔뜩 붙은 택시비마저 내야 한다면 경제적 부담은 물론 감정적으로도 불쾌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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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택시가 운행을 꺼리는 지역이라면 더 막막해집니다. 택시 플랫폼에서 호출하면 응답이 없고, 수요에 따른 탄력요금제를 운영한다는 플랫폼에서는 십수만원을 요구하기 일쑤입니다. 길에서 십만원 넘게 택시비를 쓰느니 주변 호텔이나 모텔에서 자고 출근하는 게 더 낫다는 한탄마저 나옵니다.

교통비 부담과 불쾌감은 결국 내 집을 마련할 때도 고민하게 될 부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지역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택시를 타야만 하는 곳이라면 꺼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지역에서 분양하거나 기축 아파트 매물이 나오더라도 쉬이 사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분들은 교통이 편리한 지역을 원하시니 말입니다.

주택 가격을 형성하는 요인을 분석할 때 헤도닉 가격 결정 모형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주택의 위치·층수·크기·방향 등을 고려해 실질 가치를 산정하는 헤도닉 모형은 정확성을 인정받아 부동산은 물론 가격 분석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 모델에서도 대중교통이 열악하고 택시비 등이 많이 드는 지역 주택은 가치가 낮게 산정됩니다.

택시비가 대폭 오르면서 교통이 열악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경기도 내 신도시 가운데는 낮에도 대중교통이 별로 없고 밤에는 택시를 이용해야만 하는 곳이 많습니다. 경기도의 면적이 서울의 16배에 달하는 탓에 대중교통망을 세밀하게 구축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나왔지만, 역시 심야에는 이용이 어렵습니다.

내 집을 마련하실 분들은 심야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는지, 직장에서 자택까지 택시비가 얼마나 나올지 사전에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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