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으로 펌프 고장 탓…99일 연속 순환단전 시행
"중앙은행, 하루 최대 640억원 경제적 손실 추정"
남아공 전력난에 일부 지역 단수까지…'설상가상'
이미 하루에 몇 시간씩 전기 없이 지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부 지역에 물까지 끊기면서 주민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더시티즌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도권 하우탱주를 비롯한 남아공 중부 지역 전반에 물을 공급하는 '랜드워터'(Rand Water)는 최근 저수지와 급수탑에 물을 공급하는 펌프가 정전으로 고장나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 일부 지역의 수돗물이 말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수개월째 요리나 세탁과 같은 일상생활을 순환단전(로드셰딩) 시간에 맞춰 계획해야 했던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악화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철도 노동자인 토마스 마바사(43)는 "나는 직장에서 샤워하지만, 이는 아이들은 누릴 수 없는 사치"라며 "애들은 씻지도 못하고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밤중에 혹시 물이 다시 나올 경우 바닥나기 전에 아이들이 샤워할 수 있도록 깨우기 위해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병원이나 학교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프리토리아의 칼라퐁 병원은 지난 주말 이틀간 단수를 견뎌야 했고, 츠와네 공대의 한 학생은 "세탁이나 목욕은 언감생심"이라며 "마실 물도 없었다"고 말했다.

남아공 수자원위생부의 위사네 마바사 대변인은 "에너지 위기가 물 공급 시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수자원공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한 펌프장과 정수시설이 반복되는 정전으로 심각하게 손상되거나 고장 났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전력난으로 물 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지역은 하우텡주 말고도 또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남단의 세계적 휴양지 케이프타운에서는 일부 하수처리시설의 전기적 결함에 따른 하수 유출로 일부 해변이 폐쇄됐다.

남아공 동남부에서도 물의 수요가 늘면서 공급에 부담을 느낀 지방 당국이 물 배급제 시행을 고심하고 있다.

남아공은 국영전력공사 에스콤이 노후화한 화력발전 시설을 제때 정비하지 못하면서 약 15년간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에스콤은 전면적인 '블랙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지역별로 시간대를 나눠 단전하는 방식으로 부하를 조정하는 순환단전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상황은 더욱 악화해 최근에는 지역에 따라 하루 최장 11∼12시간의 단전을 감당해야 하는 등 전력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이날까지 99일 연속 하루도 빠짐없이 순환단전을 시행하고 있다.

남아공 중앙은행(SARB)은 하루 6∼12시간의 순환단전(3∼6단계)으로 매일 2억400만∼8억9천900만 랜드(145억∼64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노스-웨스트대학의 드월드 반 니커크 아프리카재난연구센터장은 "엘니뇨의 복귀로 남아공은 향후 수년간 심각한 가뭄을 겪을 수 있다"며 "에너지와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