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호 '어떻게 만들고, 관리하고, 사고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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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표준지침 따른 1호 선박…"선주 매우 깐깐하게 관리"
해수 내부 유입·어구 과적·복원력 저하 등으로 전복 추정
청보호가 전남 신안해역에서 침수·전복된 지 나흘째다.
7일 현재 실종자 9명 중 5명은 사망한 채 수습됐으나 4명은 여전히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체에 실종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인양을 서두른 때문에 선체 감식을 통한 사고원인 조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를 앞에 두고, 청보호가 어떻게 건조·관리됐고 현재까지 추정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 청보호 '어떻게 만들었나'
청보호는 전남 영암의 한 조선소가 '표준어선' 지침에 맞춰 제작한 첫 어선이다.
이 조선소는 다른 여러 선박을 건조한 경력이 있지만, 기존 만들던 선박과 다른 형태와 크기의 어선 제작 주문을 선주로부터 받았다.
비좁은 선원 휴식공간(선실)을 조타실 뒤쪽으로 별도 배치해 선원 복지 공간을 개선한 '표준어선' 지침에 따랐다.
설계도면부터 새로 그리고, 선박 제작 구조물을 별도로 짜는 등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는 것이 조선소 측 설명이다.
제작 과정에서 도면 등은 규정에 어긋남이 없는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으로부터 검사도 받았다.
길이 21.75m 너비 5.18m 깊이 1.44m 748마력 제원의 청보호는 이 같은 이유로 기존 어선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이 재질은 건조비가 비교적 저렴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 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탓에 한쪽 면이 파손돼도 이중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선체 하부 공간을 사이에 두고 FRP를 겹겹이 붙인 '이중구조'로 만들었다.
엔진은 추진 동력을 만드는 주 엔진과 발전용 보조 엔진 2개 등 총 3개가 기관실에 있다.
청보호는 발전 엔진에서 생산하는 전력으로 내부 펌프, 어구 인양 장비, 전구 등을 운용했다.
◇ 청보호 '어떻게 관리했나'
생존 선원은 "평소 기관실에 물이 샜다"고 진술했으나, 조선소 측은 선주 성향상 물이 새는 선박을 방치해 운항했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청보호의 선주는 '깐깐했다'는 것이 조선소 관계자 설명이다.
큰 문제가 아닌 작은 하자도 꼼꼼하게 체크해 보수를 요청했고, 기관실에 설치한 배수펌프도 기존 설비 외에 3개를 선주가 더 설치해 총 4개가 있다.
기관실 CCTV도 주 엔진, 보조 발전 엔진, 엔진 벨트, 바닥 펌프 등을 향하게 4개나 달았다.
어선 외부에도 통발을 올리는 곳과 물자 저장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앞쪽과 뒤쪽에 2개를 더 달았다.
24t 어선에는 별도 자격요건을 가진 기관장을 둘 강제조항이 없지만, 임금을 더 지불하며 기관장을 배치했다는 말을 선주가 했다고 조선소 측은 전했다.
또 선주가 기관실을 기름때 하나 없게 걸레로 닦으며 관리했다는 목격담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배 밑에 따개비가 달라붙지 않게 도색하기 위해 배를 육상에 올려놓고 작업하며, 선주는 배 냉동칸(수산물을 냉동해 보관하는 공간)에 물이 비친다며 점검을 요청했다.
조선소가 냉동칸 물의 흔적을 따라 구조물을 뜯어보니, 활어칸 쪽 배관에서 물이 소량 흘러나온 흔적 등이 있어 다시 접착제 등으로 보수하고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배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일절 듣지 못했다는 것이 조선소 측 주장이다.
◇ 청보호 '어떻게 침수·전복됐나'
청보호 건조와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면 도대체 왜 침수가 발생했고, 순식간에 전복했는지 의문이다.
선체에 파공이나 균열이 생겨 침수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우선 제기되지만, 뒤집혀 드러난 선체에서는 물이 들어갈 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파공과 균열이 없었다는 전제하에 기관실에 물이 찰 수 있는 경우는 선박 스크루 축에서 물이 유입됐거나, 해수가 배로 유입되는 유일한 통로인 '해수 상자(海水箱子·Sea chest)'와 연결 배관·밸브·펌프 누수 가능성이다.
스크루 구동축에서 물이 유입됐다면 바다 위로 드러난 스크루와 구동축에 파손 등의 흔적이 있을 법하지만, 그런 정황은 없었다.
엔진 냉각수·선내 용수 공급 등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 올리는 장치인 해수상자와 연결 장치 등에서 누수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도 있다.
배관이 파손됐거나, 밸브가 열려 있는 상태로 운항하다 뒤늦게 알아차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내에서 휴식을 취하던 선원들은 기관실에 맞닿은 침실까지 물이 찬 이후에야 침수를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기관장과 외국인 선원이 배수를 시도한 정황이 있지만, 물이 차 엔진이 멈춘 상황에서는 발전 엔진도 작동하지 않아 전기로 작동하는 4개의 배수펌프도 제역할을 못 했을 수 있다.
급격한 전복은 배 구조상 선미 쪽에 무게가 쏠리면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관실은 선체 후미 아래쪽에 있는데, 물이 차면서 선미가 가라앉고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청보호 선미에는 통발 3천여 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서, 배가 뒤쪽부터 가라앉아 옆으로 쓰러지듯 전복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항해융합학부 명예교수는 "균열이 있었다면 FRP 선박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며 "해수 상자(Sea chest)와 프로펠러 부근에서 침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체 내부에 해수가 유입되면 선박 복원력이 감소하고, 무엇보다 어구 등이 가득 실려 있어 배의 안정성이 저하돼 뒤집힌 것으로 판단한다"고 추정했다.
/연합뉴스
해수 내부 유입·어구 과적·복원력 저하 등으로 전복 추정
청보호가 전남 신안해역에서 침수·전복된 지 나흘째다.
7일 현재 실종자 9명 중 5명은 사망한 채 수습됐으나 4명은 여전히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체에 실종자가 남아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인양을 서두른 때문에 선체 감식을 통한 사고원인 조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를 앞에 두고, 청보호가 어떻게 건조·관리됐고 현재까지 추정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 청보호 '어떻게 만들었나'
청보호는 전남 영암의 한 조선소가 '표준어선' 지침에 맞춰 제작한 첫 어선이다.
이 조선소는 다른 여러 선박을 건조한 경력이 있지만, 기존 만들던 선박과 다른 형태와 크기의 어선 제작 주문을 선주로부터 받았다.
비좁은 선원 휴식공간(선실)을 조타실 뒤쪽으로 별도 배치해 선원 복지 공간을 개선한 '표준어선' 지침에 따랐다.
설계도면부터 새로 그리고, 선박 제작 구조물을 별도로 짜는 등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는 것이 조선소 측 설명이다.
제작 과정에서 도면 등은 규정에 어긋남이 없는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으로부터 검사도 받았다.
길이 21.75m 너비 5.18m 깊이 1.44m 748마력 제원의 청보호는 이 같은 이유로 기존 어선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이 재질은 건조비가 비교적 저렴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 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탓에 한쪽 면이 파손돼도 이중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선체 하부 공간을 사이에 두고 FRP를 겹겹이 붙인 '이중구조'로 만들었다.
엔진은 추진 동력을 만드는 주 엔진과 발전용 보조 엔진 2개 등 총 3개가 기관실에 있다.
청보호는 발전 엔진에서 생산하는 전력으로 내부 펌프, 어구 인양 장비, 전구 등을 운용했다.
◇ 청보호 '어떻게 관리했나'
생존 선원은 "평소 기관실에 물이 샜다"고 진술했으나, 조선소 측은 선주 성향상 물이 새는 선박을 방치해 운항했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청보호의 선주는 '깐깐했다'는 것이 조선소 관계자 설명이다.
큰 문제가 아닌 작은 하자도 꼼꼼하게 체크해 보수를 요청했고, 기관실에 설치한 배수펌프도 기존 설비 외에 3개를 선주가 더 설치해 총 4개가 있다.
기관실 CCTV도 주 엔진, 보조 발전 엔진, 엔진 벨트, 바닥 펌프 등을 향하게 4개나 달았다.
어선 외부에도 통발을 올리는 곳과 물자 저장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앞쪽과 뒤쪽에 2개를 더 달았다.
24t 어선에는 별도 자격요건을 가진 기관장을 둘 강제조항이 없지만, 임금을 더 지불하며 기관장을 배치했다는 말을 선주가 했다고 조선소 측은 전했다.
또 선주가 기관실을 기름때 하나 없게 걸레로 닦으며 관리했다는 목격담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배 밑에 따개비가 달라붙지 않게 도색하기 위해 배를 육상에 올려놓고 작업하며, 선주는 배 냉동칸(수산물을 냉동해 보관하는 공간)에 물이 비친다며 점검을 요청했다.
조선소가 냉동칸 물의 흔적을 따라 구조물을 뜯어보니, 활어칸 쪽 배관에서 물이 소량 흘러나온 흔적 등이 있어 다시 접착제 등으로 보수하고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배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일절 듣지 못했다는 것이 조선소 측 주장이다.
◇ 청보호 '어떻게 침수·전복됐나'
청보호 건조와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면 도대체 왜 침수가 발생했고, 순식간에 전복했는지 의문이다.
선체에 파공이나 균열이 생겨 침수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우선 제기되지만, 뒤집혀 드러난 선체에서는 물이 들어갈 만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파공과 균열이 없었다는 전제하에 기관실에 물이 찰 수 있는 경우는 선박 스크루 축에서 물이 유입됐거나, 해수가 배로 유입되는 유일한 통로인 '해수 상자(海水箱子·Sea chest)'와 연결 배관·밸브·펌프 누수 가능성이다.
스크루 구동축에서 물이 유입됐다면 바다 위로 드러난 스크루와 구동축에 파손 등의 흔적이 있을 법하지만, 그런 정황은 없었다.
엔진 냉각수·선내 용수 공급 등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 올리는 장치인 해수상자와 연결 장치 등에서 누수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도 있다.
배관이 파손됐거나, 밸브가 열려 있는 상태로 운항하다 뒤늦게 알아차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내에서 휴식을 취하던 선원들은 기관실에 맞닿은 침실까지 물이 찬 이후에야 침수를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기관장과 외국인 선원이 배수를 시도한 정황이 있지만, 물이 차 엔진이 멈춘 상황에서는 발전 엔진도 작동하지 않아 전기로 작동하는 4개의 배수펌프도 제역할을 못 했을 수 있다.
급격한 전복은 배 구조상 선미 쪽에 무게가 쏠리면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관실은 선체 후미 아래쪽에 있는데, 물이 차면서 선미가 가라앉고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청보호 선미에는 통발 3천여 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서, 배가 뒤쪽부터 가라앉아 옆으로 쓰러지듯 전복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항해융합학부 명예교수는 "균열이 있었다면 FRP 선박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며 "해수 상자(Sea chest)와 프로펠러 부근에서 침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체 내부에 해수가 유입되면 선박 복원력이 감소하고, 무엇보다 어구 등이 가득 실려 있어 배의 안정성이 저하돼 뒤집힌 것으로 판단한다"고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