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그레이」 정지원

‘44세 이상이 되면 사람들이 사라지기라도 하는걸까?’ P&G, 로레알 등에서 오래 근무했던 마케터 손솔레즈 곤잘레즈(Sonsoles Gonzalez)의 질문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평소 뷰티업계에서 10대 후반~44세까지 만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것에 불만을 느껴왔던 그녀의 질문은 사실 많은 산업, 거의 모든 마케터들이 겪는 현실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급속하게 고령화를 향해 있고, 시니어 솔루션이 넘쳐나야 할 것 같지만 브랜드의 현실은 오히려 시니어 세대에 무관심하다.

산업을 불문하고 많은 브랜드들은 MZ세대에게 집중하면서 그들의 성향과 취향을 분석하고 그들에게 최적화된 제품과 소통을 고민하고 있다. 44세 이상의 욕망에는 관심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추상적인 액티브 시니어로서 머릿속에만 있는 이상적 시니어상만 품고 있을 뿐 현실 시니어의 욕망을 살필 여력이 없다.

그러나 메가트렌드는 바꿀 수 없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출생률 감소, 국가와 사회의 고령화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그리고 시장이 따라간다. 젊은 층에서 시니어로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시니어 시프트 역시 정해진 미래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바로 2020년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속도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 이처럼 극심한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가 시니어가 된다. 베이비붐 세대 이전의 노인과는 다른 구조로 시니어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시니어 기획은 지금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들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이들의 70대, 80대와 함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대한 시니어 시장, 견고하고 경직되었던 이 시장의 판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이들 새로운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시작될 것이다.

마케팅 고객 대상에선 사라진 50+ 세대는 현실에서는 사라지긴커녕 더 길게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시니어들이 지금까지 마케팅 고객 대상에서 제외된 요지부동의 노인네들이 아니라, 생산성 최고조였던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시장의 판도를 움직였던 X세대들까지를 포함한다는 사실은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시니어의 욕망을 발견하라

시니어 시장을 읽는 방법, ‘불안’과 ‘욕망’

시니어 시장을 움직이는 축은 ‘돈’, ‘건강’, ‘관계’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없음에 따라, 건강 여부에 따라, 사회적 관계가 활성화된 정도에 따라 소비 성향이 달라진다.

이 세 가지는 시니어의 3대 불안이기도 하다. 돈, 건강, 관계가 모두 여의치 않은 ‘빈곤’, ‘질병’, ‘고립’의 상태는 가장 피하고 싶은 노년이다. 그런데 시니어를 움직이는 것이 오직 불안뿐일까? 시니어의 불안뿐 아니라 시니어의 ‘욕망’을 헤아릴 수 있어야 시니어 시장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실버산업을 거치며 그나마 돈, 건강, 관계에 대한 불안을 읽는 데에는 제법 익숙하지만 시니어들의 욕망은 낯설다. 하지만 불안과 욕망을 함께 보지 않으면 시니어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욕망은 언제나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고, 충족되지 못한 결핍과 관련이 있다.

시니어 세대의 젊은 시절에서 충족되지 못했던 결핍들은 고스란히 시니어 시기를 보낼 욕망이 된다. 시니어의 욕망은 개성, 관계, 취향, 그리고 성장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4가지의 욕망은 모두 시니어 개인에 집중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니어 개인의 진짜 모습에 가까워지려는, 개인으로서의 행복과 변화를 추구하려는 방향성에 있다. 불안이 시니어 시장을 단단하게 한다면, 욕망은 다채롭게 만든다. 이제 시선을 집중시켜야 할 것은 우리가 그동안 보지 않았던 시니어의 욕망이다. 욕망은 시니어의 숫자만큼 다양하겠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한 욕망의 동인과 영향력을 탐구하는 것은 시니어 시장을 접근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비교적 건강하고 보통의 경제적 여유를 갖는 대다수의 평범한 시니어들의 일상, 그 속에 있는 불안과 욕망이 시니어 시장을 만든다. 불안과 욕망을 함께 읽어내야 입체적인 시니어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시니어를 시장 이상으로 보는 더 넓은 시각, 무엇보다 다정한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 시니어는 처음 만나는 100세 시대의 첫 번째 시니어다. 그들이 가는 길이 향후 앞으로의 세대인 X세대, MZ세대, 그리고 알파세대가 갈 길이므로, 그들의 노년은 부디,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시니어가 다른 세대의 불안을 잠재울 것이다.

지금 마케터와 기업의 할 일은 시니어가 더 행복해지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시니어에게 다정한 브랜드, 다정한 기업이 시니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시니어의 욕망을 발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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