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전자가 우리시간 오늘(2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를 개최하고 '갤럭시S23' 시리즈를 공개했습니다.

올해 언팩은 예년 보다 보름 정도 일정을 앞당겨 진행됐습니다. 신제품 조기 출시로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 손실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번 스마트폰에 꽤 힘을 줬다고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갤럭시 S시리즈 언팩은 보통 2월 중순에 진행되는데, 일정을 조금 앞당겼습니다. 다음주에 사전예약에 들어간 다음 이달 17일에 제품을 공식 출시합니다.

이번주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을 보면, 지난해 4분기 TV·가전 사업은 적자전환했고 반도체는 겨우 적자를 모면했습니다. 파운드리 덕분에 전체 반도체 사업이 흑자를 낸 것이지 낸드플래시 적자 규모가 커져서 D램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부문만 보면 사실상 적자상태입니다. 애플 아이폰에 OLED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선전했지만 갤럭시 스마트폰 실적은 직전해와 비교했을 때 약 1조 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그나마 이익을 내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에 힘을 줘야 전체 사업에서 수익 방어를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로선 올해 신제품 갤럭시S23에 힘을 더 많이 줘야할 형편인 겁니다.

<앵커> 정 기자가 이번 갤럭시S23 신제품을 만져보고 왔잖아요. 신제품 경쟁력 어떻습니까.

<기자> 제품 특징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요.

겉보기에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인데, 갤럭시S21 부터 2년간 적용한 '컨투어컷' 디자인을 삭제했습니다. 후면 카메라 배열을 물방울 디자인으로 단순화한 게 특징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신제품은 갤럭시S23 일반, 플러스, 울트라 이렇게 3종입니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14를 일반, 플러스, 프로, 프로 맥스 이렇게 4종이나 출시했는데 정작 잘 팔렸던 건 기능을 몰아준 고사양 프로와 프로 맥스 였잖아요.

삼성전자는 애플과 다른 전략을 써서요. 일반과 플러스 모델에 가장 비싼 울트라와 똑같은 갤럭시 맞춤형 퀄컴 AP를 썼습니다. 또 배터리 용량을 200mAh씩 소폭 키우고 일반 모델의 경우 디스플레이 밝기도 최고사양 모델과 동일하게 적용했습니다. 최고사양 모델인 울트라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초로 2억 화소를 탑재했습니다.

무엇보다 퀄컴과 협업해서 맞춤형 AP를 썼다고 했잖아요. 지난해 고의성능저하 의혹인 GOS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삼성전자이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합니다. 이번 제품은 최신 AP로 그래픽 처리 성능이 41% 정도 향상되고 발열 제어 기능도 추가해서 사용성을 높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저희가 지난 연말에 보도한 것처럼 제품 가격이 각각 15만 원 가량 올랐습니다.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에 고가 전략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제대로 만들고 제값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스마트폰 수요는 감소세입니다.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2억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감소세지만 아이폰으로 대표되면 고사양 스마트폰들은 소비가 꾸준히 되는 편입니다. 살 만한 제품이라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다는 뜻입니다.

표로 정리를 해봤는데요. 이번 제품 가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일반모델은 99만 원선, 울트라는 149만원 선이었는데, 3년 전인 갤럭시S20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AP 가격 상승률이 80% 달하는 등 부품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성능을 조금 낮추면서 원가절감을 시도할 수 있었겠지만 성능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다만 앞서 보신 가격은 국내 출고가 기준입니다. 제품 가격정책은 나라마다 다르게 책정되는데, 미국에선 이번 갤럭시S23 시리즈 가격이 전작(S22)과 같게 설계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원가인상과 환율 영향을 고려해 출시국가마다 다른 가격이 적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스마트폰 외에도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새로운 확장현실(XR) 기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스마트폰 보다 관심이 더 뜨겁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언팩 행사 말미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퀄컴과 구글의 최고경영진과 함께 등장해서 XR 협업에 대해 얘기한 건데요.

내용을 요약하면, XR 디바이스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AP는 퀄컴이, 기기에 내장되는 운영체계(OS)와 서비스는 구글이 만든다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VR기업 오큘러스와 협업해서 기어VR 이라는 제품을 내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장착하는 방식이어서 크게 흥행하진 못 했고 신제품 출시도 현재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이르면 올해 '리얼리티 프로'라는 XR 기기 출시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스마트폰 초창기 처럼 XR 관련 시장이 몇 년 뒤면 10배 이상 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관련 대응 전략을 이번에 발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퀄컴은 애플과 모바일, 모빌리티, XR 분야에서 반도체 AP로 경쟁하고 있고요. 구글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iOS 생태계와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퀄컴·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싸우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나올 XR시장에서도 공동대응하겠다는 걸 이번에 보여준 겁니다.

이들 반(反)애플 동맹이 기술전선은 빠르게 구축했지만 곧바로 XR기기를 출시하진 않을 전망입니다. 애플이 올해 초도물량 50만 대~70만 대 정도 내놓을 예정인데요.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애플의 기기를 보고 시장 반응을 본 뒤 개선된 모델을 내놓을 거란 관측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재홍기자 jhjeong@wowtv.co.kr
삼성, 갤럭시·XR 총력전…퀄컴·구글과 反애플 동맹